유튜브 ‘영자씨의 부엌’ 구독자
1년도 안돼 7만 3000여명 확보
남편·딸과 협업… 가족 더 돈독해져
협찬없이 텃밭서 키운 재료로 요리

[충청투데이 김대환 기자]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0시가 되면 특별할 것 없지만 ‘특별한’ 엄마의 손맛이 고스란히 담긴 집밥 레시피가 유튜브를 통해 업로드 된다. 멸치볶음부터 콩나물무침, 콩자반, 오이지, 김치김밥 등 대단한 특별요리는 아니지만 평범한 가정집 밥상에 늘상 오르는 익숙한 메뉴들이 친숙한 설명과 함께 뚝딱 만들어진다.

동영상을 만드는 주인공은 충남 부여군에 살고 있는 서영자(59) 씨. 서 씨는 집밥을 테마로 한 유튜브 ‘영자씨의 부엌(Young-Ja’s Kitchen)’을 운영하며 1년도 채 안된 짧은 시간에 무려 7만 3000여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결혼 후 35년간 전업주부로 남편 내조와 삼남매 키우는 일밖에 모르던 서 씨가 이른바 ‘쿡방’ 인기 유튜버가 된 계기는 생각보다 평범하다. 외국에서 유학 중인 아들에게 쉽게 집밥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개인적인 동영상을 촬영했고 그것을 유튜브를 통해 아들에게 전달해 보자는 딸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서 씨는 “멀리 타국에서 엄마 밥을 그리워 하는 아들에게 처음에는 전화로 레시피를 설명하다가 한계가 있어 동영상을 촬영하게 됐고 그 과정을 올린 것이 유튜브의 시작”이라며 “첫 메뉴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김치김밥이었는데 간단한 영상을 보는 구독자가 생기면서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 아들을 위해 시작한 유튜버 활동은 남편과 함께 귀촌한 중년의 서 씨에게는 이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삶의 활력소이자 스스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일상이 돼 버렸다. 특히 신선한 식재료를 위해 집앞 텃밭에서 채소를 키워주고 동영상 촬영을 돕는 남편, 편집과 업로드를 담당해주고 있는 딸 등 가족과의 관계도 더 돈독해지고 화목해지고 있다.

특별한 날을 위한 그럴싸한 음식도 아니고 평범한 음식에 사람들이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 처음에는 무척 신기했다는 서 씨. 매일매일 동영상을 업로드할 때마다 하루 최대 1500여명의 구독자가 늘어나고 구독자가 7만명이 넘으면서 책임감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그런 이유로 서 씨는 다른 유명 유튜버와 달리 협찬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재료 등을 협찬 받게되면 아무래도 제약이 생기고 정작 구독자들이 원하는 요리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서 씨는 “몇차례 협찬 제안이 왔지만 돈 때문에 하는 일이 아니라 정중하게 거절하고 있다. 그냥 처음 시작때 마음처럼 내 가족을 위한 집밥을 내 텃밭에서 키운 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일에만 집중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모든 엄마들의 집밥이 그러하듯 서 씨의 집밥 역시 요리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량’에 얽메이지 않는다. 소금 두 스푼, 간장 한 큰술, 밀가루 몇 그램 등 이런 계량은 서 씨의 레시피에선 찾아볼 수 없다. 계란 푼 물을 만들 땐 ‘계란물을 찍어 먹어 봤을 때 약간의 간이 느껴질 만큼’, 콩나물국을 끓일 땐 ‘냄비가 끓고 나오는 김에서 콩나물 냄새가 날때’ 등 특별한 계량이나 시간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엄마식 팁’이 있을 뿐이다. 

식재료와 조리도구의 상태, 불의 세기, 사람의 입맛 등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의 요리팁은 오히려 요리를 따라 만드는 구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불러오고 있다.

평범한 중년의 주부에서 인기 유튜버가 됐지만 사실 서 씨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따로 있다. 바로 다문화 가정 며느리들에게 한식을 가르치는 일이다.

서 씨는 “5년전 부여에 정착하고 난 후 이곳에 다문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런데 대부분의 다문화 가정 며느리들이 언어가 완벽하지 않다보니 음식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렇다보니 많은 가정의 어르신들이 며느리가 해주는 음식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구독자 10만명을 넘기면 부여군에 제안해 다문화 가정에 음식을 가르쳐주는 무료강좌를 만들어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서 씨는 “귀촌 후 매일매일 나에게 행복한 하루를 선물해 주고 있는 부여와 ‘이사 오기 정말 잘했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만큼 친절한 이웃들을 위해 작은 재능이라도 나누고 싶다. 그것이 다문화 가정 무료 요리 강좌로 이어질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경년기 서 씨에게 새로운 삶의 활력을 준 ‘영자씨의 부엌’이 서 씨 집 앞마당을 넘어 부여군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행복한 농촌의 부엌’이 되는 날을 응원해 본다.

김대환 기자 top736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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