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훈 청주시 율량사천동주민센터 주민복지팀장

청주에서 태어나 오로지 청주에서 자라면서 청주시 공무원이 됐다는 것은 특별히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28년 전 처음 공무원을 시작할 때부터 요즘 같은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 것은 아니다. 그 당시 공무원의 길을 선택한 것은 지금의 청년 실업에 전전긍긍하는 젊은 구직자들처럼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 일이 최우선의 목표였을 뿐이다.

그러다가 청주시 공무원의 신분으로 계속 생활해오면서 시민의 안녕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도움 그리고 불편 없는 시민 생활, 장기적으로 청주시의 미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책임과 의무 등의 나도 모르게 내 마음속에 커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청주시 공무원이라는 것은 개개인의 시민을 위해 크게 드러나지 않아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그 일은 시민이 공무원이라는 신분을 믿고 맡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 청주시 공무원의 신분으로 청주에 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적지 않게 터져 나오는 동료 공무원들의 각종 비리와 일탈 행위는 투철한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보통의 공무원들을 부끄럽게 하거나 위축시키는 악재가 되고 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는 바람에 지금도 불편한 몸으로 살고 있기 때문인지 나는 '정상', 그리고 누구라도 차별 없는 보통의 생각인 '상식'과 '평범'이라는 단어에 유난히 집착한다.

소아마비인 나를 대하는 어머니의 평생 지워지지 않는 회한을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런 고통을 알고 있기에 나는 정상과 상식, 그리고 차별적 편견에서 비롯된 공무원의 비리와 나태함 그리고 일탈을 그릇된 마음에서 생기는 더 크고, 잘 보이지 않는 장애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이라는 선택받은 의무와 권리를 저버리는 마음의 병인 셈이고, 이런 마음의 병은 방치하면 전염될 가능성도 있으므로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의 강력한 치료제가 필요하다.

나는 장애가 없는 보통의 사람들과 비교해 빨리 달릴 수도, 오래 걸을 수도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나는 천천히, 그리고 진득하게 제자리를 지키고, 묵묵하게 제 할 일을 하는 것이 나를 지킬 수 있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다.

28년 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있으면서 여태 여권조차 만들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하면 다들 놀란다.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정작 나는 크게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만큼 나는 제자리를 잘 지켜왔다는 자부심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앞으로는 기회가 생기면 더 넓은 세상에서 견문을 넓히는 일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생각이긴 하지만 말이다.

공무원의 비리와 일탈, 무소신과 무책임의 추태는 어쩌면 그런 일을 저지르는 일부 공무원들이 제자리와 제 할 일을 망각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무원의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한은 오로지 수혜 대상자인 시민을 위해 사용하라고 주어진 것이다. 권한의 남용이나 사리사욕, 그리고 욕심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부디 제자리를 찾아야 하는 일, 그 일이 청주의 밝은 미래와 '함께 웃는 청주'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 청렴의 의무를 준수하는 일은 지극히 '상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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