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미필적으로나마 사고 인식했을 것" 징역형 선고

▲ [연합뉴스 자료사진]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하다 사고 낸 30대 무죄→유죄

항소심 "미필적으로나마 사고 인식했을 것" 징역형 선고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좌회전 차로에서 직진하다 반대편 차로에 신호대기 중이던 차량을 충돌한 뒤 도주한 30대 운전자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이 운전자의 도주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청주에 사는 A(39) 씨는 2017년 7월 20일 오후 10시 55분께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흥덕구 봉명사거리를 지나던 중 좌회전 차로에 잘못 진입했다가 차로 변경을 하지 않고 그대로 직진을 시도했다.

이로 인해 중앙선을 침범한 A 차량은 반대편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대기 중이던 B(26) 씨 차량의 왼편을 충격하고 말았다.

이 사고로 B 씨와 동승자 1명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하지만 A 씨는 사고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그대로 도주했다.

A 씨는 결국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법정에서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A 씨에게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관련 법상 도주죄는 사고로 인해 피해자가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하고도 현장을 이탈하는 경우를 말한다"며 "그런데 이 사건 당시 피해자들이 구호를 받아야 할 정도의 상해를 입었는지 증명이 부족하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윤성묵 부장판사)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40시간의 준법 운전 강의 수강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차량에 남은 사고 흔적을 비롯해 피고인이 사고 당시 비정상적으로 운전하다 위험을 깨닫고 정면충돌을 피하려고 노력한 점을 고려하면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교통사고 발생 사실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피해자들을 구호하는 등의 조처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쉽사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사고 직후 피해 여부나 정도를 확인하는 등의 통상 요구되는 조처를 하지 않은 만큼 도주죄가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들의 상해 정도는 비교적 가벼운 편이지만 교통사고를 일으키고도 도주한 범행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아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jeon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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