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NZ·말레이·스리랑카 등 5개국 인하…이번 주 濠·印 인하 예상
한은도 '인하' 소수의견…연준도 성장·물가둔화에 인하 압박

▲ [로이터=연합뉴스]
▲ [로이터=연합뉴스]

금리인하로 선제대응 나선 신흥국들…美연준도 돌아설까

5월 NZ·말레이·스리랑카 등 5개국 인하…이번 주 濠·印 인하 예상

한은도 '인하' 소수의견…연준도 성장·물가둔화에 인하 압박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미중 무역 전쟁 충격 등으로 글로벌 경기의 하강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중앙은행을 중심으로 기준금리를 내리거나 향후 인하를 예고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전반적인 수요 부진에다 무역 전쟁까지 가세해 경기전망의 먹구름이 짙어진 데 대한 선제대응이며, 글로벌 경기와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도 미묘한 입장변화가 나타나고 있어 주목된다.

2일 블룸버그 집계와 각국 중앙은행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인도,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5월엔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아이슬란드, 스리랑카가 차례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이들 국가의 중앙은행은 국내외 경제 환경의 어려움과 국내 경제성장 둔화를 금리 인하의 이유로 지목했으며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지난달 7일 기준금리를 3%로 0.25%포인트 인하했고 다음 날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역대 최저 수준인 1.5%로 0.25%포인트 내렸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둔화한 경제성장과 제한적인 고용 전망, 세계 경제 전망에 여전한 불확실성을 금리 인하 근거로 설명하면서 향후 금리 예상치를 통해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뒀다.

필리핀은 지난달 9일 기준금리를 4.5%로 0.25%포인트 내렸을 뿐 아니라 벤저민 디오크노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달 31일 블룸버그TV와 한 인터뷰에서 "통화 완화의 여지가 더 있다. 추가 인하를 약속할 수 있다"고 장담했다.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은 지난달 22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1.8%에서 마이너스(-) 0.4%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기준금리를 4%로 0.5%포인트 낮췄다.

스리랑카는 지난달 31일 1년여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스리랑카 중앙은행은 성명에서 "국내 경제와 금융시장, 세계 경제의 현재, 그리고 향후 예상되는 상황을 신중히 분석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지난 4월 기준금리를 6%로 0.2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오는 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추가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 금리는 0.25%포인트 인하한 5.75%다.

호주도 아직은 역대 최저인 1.50%에 금리를 붙잡아두고 있지만, 인하가 예고돼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4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가 0.25% 인하될 것으로 예상한다.

필립 로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1일 브리즈번에서 한 연설에서 "더 낮은 금리가 고용 성장을 지지하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에 부합하는 시기를 불러올 것"이라며 금리 인하를 검토 중임을 확인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1.75%로 동결했지만 조동철 금통위원이 금리를 0.25%포인트 내려야 한다고 주장,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이주열 총재가 이를 금통위의 인하 시그널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선을 그었지만,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 이후 회의 때마다 줄곧 만장일치로 동결 결정을 내리다가 나온 소수의견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았다.

금리 인하에 아시아 신흥국들이 선제적으로 나서는 배경에는 무역 전쟁을 위시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있다.

미국이 일으킨 무역 전쟁에 미국 경제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상황이며 연준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미국의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은 연율 3.1%(잠정치)로 속보치보다 0.1%포인트 낮아졌으며 1분기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전월대비 1.0%로 속보치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채권시장에서도 미국 경기 우려를 반영하는 미국 국채 장·단기물 금리 역전 현상이 심해졌다.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 주요 인사들은 통화정책에 '인내심'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지만, 인하론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FF 금리선물 시장은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오는 18∼1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2∼2.25%로 0.2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13%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차례에 걸친 인하 전망도 확산해 연말까지 연준 금리가 2∼2.25%로 인하될 가능성은 32%, 1.75∼2%로 내려갈 가능성은 36% 시장에 반영됐으며 1.5∼1.75% 관측도 17%에 달한다.

'연준 2인자'인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30일 한 행사에서 "만약 경기전망이 악화하는 위험을 보게 된다면, 이는 더욱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전망 악화를 전제로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연준의 '인내심'이 지나쳐 스스로 리스크를 키우는 형국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TS롬바드의 스티븐 블리츠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둔화의 확실한 증거를 한쪽에서 기다리고만 있는 것은 연준이 너무 늦게 완화에 나서게 될 것이라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