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진(眞) 차지…"여자 나훈아라는 말 듣는 게 꿈"

▲ [촬영=류효림]
▲ 촬영=류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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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 "젊은 친구가 정통 트로트 부르니 예쁜가봐요"

'미스트롯' 진(眞) 차지…"여자 나훈아라는 말 듣는 게 꿈"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그야말로 '송가인 전성시대'이다.

비지상파 예능 시청률 기록을 새로 쓴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미스트롯'에서 진(眞)을 차지한 가수 송가인(본명 조은심·33)은 요새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을 보낸다.

최근 광화문에서 만난 송가인은 "하루 2시간밖에 못 잘 때도 있다. 말로만 듣던 '링거 투혼' 중"이라고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국가무형문화재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이자 무속인인 어머니 송순단 씨의 권유로 '미스트롯'에 참가했다는 송가인은 초반까지만 해도 예선에서 탈락할 줄 알았다고 했다.

"방송이니 '짜고 치지' 않을까 했죠. 제가 큰 기획사 소속도 아니고요. 또 요새 트렌드가 예쁘고 몸매 좋은 친구들이 하는 세미 트로트 위주잖아요. 제가 하는 정통 트로트는 알아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예선 1등 하고 깜짝 놀랐죠."

그는 "'미스트롯' 전까지 '너는 얼굴과 몸매 때문에 안돼'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수입도 없어서 비녀를 만들어 팔며 죽을 만큼 힘든 나날도 지나왔다"라며 "그런데 몇 개월 만에 이렇게 큰 사랑을 받으니 정말 꿈 같다"라고 했다.

무엇이 '미스트롯', 그리고 송가인에 대중이 열광하게 했을까.

송가인은 "서민의 슬픔을 달래주는 트로트가 어르신들께 단비가 된 것 같다. 최근 세미 트로트밖에 없지 않으냐"라며 "젊은 친구가 나와 1930~1950년대 정통 트로트를 부르니 예쁘게 봐주신 것 같다"라고 자체 분석했다. 물론 젊은 팬도 늘었다. 행사장마다 '부대'처럼 따라오는 20대 팬들에게 그는 "아니, 아이돌을 좋아하지 왜 나를 좋아하니"라고 묻는다며 웃었다.

물론 송가인에게 '미스트롯' 전 과정이 즐겁기만 했던 건 아니었다.

"춤을 춰본 적이 없어 두 번째 팀 미션이 참 힘들었는데, 군부대 미션을 하니 팀 미션은 아무것도 아니더라고요. 6~7곡을 메들리로 하면서 아이돌 안무까지 넣어야 했으니까요. 특히 '티어스'(tears)를 부를 땐 부담이 너무 컸어요. 목이 안 좋아 병원에도 다녀오고. 그런데 무대에서 기적적으로 목소리가 나왔어요."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쟁자로는 역시 홍자를 꼽으며 "언니와 데스매치도 하고 함께 화제도 많이 돼서 각별하다"라고 했다.

송가인 등 주요 참가자들은 '미스트롯' 전국 투어 콘서트에 한창이다. 각 지역에서 표가 금세 매진돼 앙코르 공연도 속속 확정되고 있다.

송가인은 "콘서트에 가면 아이돌이 부럽지 않다. 피켓에 야광봉에 깃발에 팬들의 힘이 엄청나다. 제 이름을 부르면서 울부짖는 팬들도 있다"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개인 콘서트 욕심도 났겠다는 질문에는 "단순히 유명해져서 콘서트를 하는 것은 제가 용납이 안 된다. 히트곡이 있어야 그런 무대를 해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며 "정통 트로트 가수라는 스타일을 오래도록 잘 가져가고 싶다"라고 진중한 모습을 보였다.

2012년 싱글 '산바람아 강바람아 사랑가'로 데뷔한 진도 출신 송가인은 원래 판소리를 전공했다. 그러다 어머니 권유로 트로트로 전향했다.

"어머니도 예술을 하시는 분이다 보니 안 좋은 길은 피해가게끔 미리 얘기해주세요. 좋은 것은 미리 말씀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엄마가 참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뭘 하든 건강하게만 하라고요. 새로운 장르를 도전하는 데 두려움이 있었는데, 그 말씀이 힘이 되더라고요. 아, 맘 놓고 해도 되겠구나."

최근 '라디오 스타', '비디오 스타', '풀 뜯어먹는 소리', 그리고 '아내의 맛' 확장판까지 예능에서도 종횡무진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한 송가인의 구수한 입담 역시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송가인은 모녀 관계에 대해 "호랑이 엄마랑 호랑이 새끼"라고 정의(?)했다.

예능의 재미에도 한창 빠진 송가인이지만, 역시 본업이 가장 큰 과제이자 꿈이다. 그는 어려웠던 시기 심수봉, 김연자, 김용임, 이미자, 주현미 콘서트 실황을 보며 몇 시간이고 따라불렀다고 했다.

송가인은 "히트곡을 많이 내고, 세월이 흘러 먼 훗날에는 저만의 애칭도 갖고 싶다"라며 "그게 '여자 나훈아'이면 좋겠다"라고 다짐을 밝혔다.

그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제가 잘되는 것을 마치 자기 일처럼 기뻐해 주시는 모습을 보면 눈물이 난다"라며 "인기를 얻은 만큼 보답하고, 실망하게 하지 않는 송가인이 되겠다"라고 인사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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