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명승부 톱3

우리의 손흥민이 꿈의 무대에 선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 핫스퍼와 위르겐 클롭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리버풀FC와의 2018-2019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챔스) 결승전이 2일 새벽 4시(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 완다 메트로폴리타노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승부 예측? 아무도 모른다. 물론 올 시즌 보여준 객관적 전력은 리버풀이 앞서고 리그 맞대결에서도 리버풀이 두 번 모두 이겼다.

하지만 단판승부는 특히 챔스 결승 같은 빅매치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다. 1차전 원정에서 FC바르셀로나에게 0-3으로 졌던 리버풀과, 홈에서 아약스에게 0-1로 무릎 꿇은 토트넘이 결승에 오를지 누가 알았겠는가.

‘우리 팀’ 토트넘에게 좋은 상황은 리그 최종전에서 또다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놓친 리버풀 선수들의 심리적 충격이 생각보다 크고, 그래서 플레이가 급해져 뒷공간을 많이 허용하고, 그 허점을 토트넘이 파고들어 경기 초반 전광석화 같은 역습으로 선취골을 쉽게 넣어 예상외의 대승을 거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 주 ‘스포츠 픽’에서는 대망의 챔스 결승에 앞서 2000년대 이후 챔스 파이널 중 명승부 톱3를 뽑아봤다. 미리 찾아보고 텐션(tension)을 올린 상태에서 손흥민의 활약을 함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톱3’는 순위가 아닌 시간 순임을 밝힌다.

◆2005년… 이스탄불의 기적

2004-2005 챔스 결승은 2005년 5월 25일 터키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올림픽스타디움에서 리버풀과 AC밀란의 대결로 펼쳐졌다. 준결승에서 ‘코리안 듀오’ 박지성과 이영표가 활약하던 PSV에인트호벤을 힘겹게 꺾고 올라온 AC밀란은 그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경기 시작 1분 만에 주장인 파울로 말디니가 선제골을 뽑았다.

이후 AC밀란은 전반 39분 환상적인 삼각 크로스에 이은 에르난 크레스포의 골로 2-0으로 앞서갔으며, 5분 후 또다시 크레스포가 추가골을 넣어 3-0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듯 했다.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건 야구만은 아니었다.

하프타임 라커룸에서 당시 리버풀 감독이던 라파엘 베니테즈는 선수들에게 “서포터들을 위해 고개를 들어라. 그들을 위해 해내야 한다”고 외쳤고, 이 말은 선수들을 각성시켰다. 리버풀은 후반 9분 터진 스티븐 제라드의 추격골을 시작으로 후반 11분 블라디미르 스미체르, 14분 사비 알론소의 득점으로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120분 혈투 끝에 승부차기까지 갔고, 리버풀은 폴란드 출신 골키퍼 예지 두덱(2002월드컵 때 그 선수)의 신들린 선방으로 3-2(PK)로 승리했다. 바로 이 경기가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이스탄불의 기적’이다.

◆2012년… 첼시의 첫 경험

2012년 5월 30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2011-2012 챔스 결승의 주인공은 나폴리·벤피카·바르셀로나를 누르고 올라온 첼시와 바젤·마르세이유·레알마드리드를 차례로 제압한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의 예상은 대부분 거함 레알마드리드를 잡은 바이에른 뮌헨 쪽으로 기울었다. 특히나 그들은 자신들의 안방에서 결승을 치르게 돼 10년 만의 유럽 정상 탈환을 자신하고 있었다. 반면 첼시는 주축 수비수들이 부상과 징계로 출전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실제 경기 내용도 그랬다. 바이에른 뮌헨은 전반 내내 파상공세를 퍼부으며 무려 13개의 슈팅을 기록했다. 첼시로서는 육탄수비로 버티기에 성공한 것이 다행이었다. 후반전 분위기도 바이에른 뮌헨이 주도해 결국 후반 38분 토마스 뮐러가 선제골을 넣으며 우승컵을 드는 듯 했다. 하지만 첼시에는 디디에 드록바가 있었다. 드록바는 후반 43분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절묘한 헤딩골로 연결하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이후 연장 전반 3분 바이에른 뮌헨이 페널티킥을 얻었지만 아르엔 로번의 킥은 상대팀 GK 페트르 체흐에게 막혔다. 이 경기는 승부차기로 갔고 체흐의 선방쇼는 계속돼 결국 첼시가 4-3으로 승리하며 우승컵에 입 맞췄다.

◆2014년… 라 데시마

2014년 5월 24일 포르투갈 리스본 에스타디오 다 루스에서는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간의 2013-2014 챔스 마지막 경기가 펼쳐졌다. 특히 이날 경기는 레알의 ‘라 데시마(La Decima·통산 10회 우승)’ 달성 여부로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이 집중됐다.

전반 36분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실수로 디에고 고딘에게 선제골을 내준 레알은 경기 내내 동점골을 위해 뛰었지만 별반 소득은 없었다. 이대로 끝나나 싶던 후반 추가 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루카 모드리치의 크로스를 받은 세르히오 라모스가 극적인 헤딩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다.

결국 라이벌의 명암은 연장 후반에 가서야 갈렸다. 레알은 연장 후반 5분 앙헬 디 마리아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가레스 베일의 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이후 승부는 급격히 레알로 기울었고, 연장 후반 12분(마르셀루)과 15분(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추가골을 넣으며 4-1 레알의 대승으로 끝났다. 이로써 레알은 사상 첫 ‘라 데시마’를 달성한 팀이 됐으며, 이는 58년이 걸린 대업이었다.

또한 이 경기는 챔스 결승에서 성사된 최초의 ‘더비 매치’였다. 참고로 두 팀은 2년 후 결승에서 한 번 더 맞붙었고, 그때도 결과는 똑같았다.

노진호 기자 windlak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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