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새 앨범 '24℃'…타이틀곡서 한영애 '누구 없소' 오마주

▲ [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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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이 "감성적으로 성장한 3년, 음악 책임감 커졌죠"

3년만의 새 앨범 '24℃'…타이틀곡서 한영애 '누구 없소' 오마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2012년 이하이(23)가 SBS TV 'K팝 스타'에 등장했을 때 단연 화제는 독특한 음색이었다. 10대 소녀가 뿜어내는 솔 풀한 중저음 보컬은 시청자들에게 원석을 캐낸 듯한 기쁨을 줬다.

이하이가 음색이 지문 같은 '소리의 마녀' 한영애의 대표곡 '누구 없소'를 오마주한 동명 신곡을 냈다. 30일 발표한 새 앨범 '24℃' 타이틀곡이다.

"한영애 선생님의 목소리가 주는 힘은 여느 가수와 다르잖아요. 사실 '누구 없소'를 오마주할 때도 그런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젊은 감성의 트랙과 가사가 잘 섞여 저만의 소리를 낼 수 있었어요."

이하이는 1988년 한영애가 발표한 '누구 없소'가 나오고 8년 뒤 태어났다.

30일 마포구 한 호텔에서 만난 이하이는 "어렸을 때부터 들은 노래여서 멜로디와 가사가 익숙했다"며 "선생님을 뵌 적은 없는데, 곡을 완성하고서 작곡가(윤명운)분께 들려드렸더니 '잘 바꿔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한영애 곡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이하이 노래는 '누구 없소'란 노랫말만 또렷할 뿐, 완전히 색다른 노래다. 경쾌한 리듬에 라틴과 인도풍 사운드가 섞여들고 황진이 시조 '동짓달 기나긴 밤을'을 인용한 가사를 얹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아이콘의 비아이가 애드리브와 랩을 더해줬다.

그가 이 곡을 들고나오기까지 3년. 팬들 사이에서 군대복무 기간보다 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 이유다.

"녹음은 계속했는데, 만족스러운 타이틀곡이 없었어요. 기다려준 팬들에게 너무 미안했죠." 긴 공백의 이유라고 했다.

요즘처럼 1년에 2~3번 컴백하는 흐름에서 3년은 잊힐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기간.

이하이는 "지난 앨범 공백 때 그런 마음이 있었다"며 "물론 이번에도 불안감은 좀 있었지만 깊이 빠져들지 않았다.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고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결과물을 내놓으니 후련하고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그는 긴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7년 전 준비 기간 없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빠르게 데뷔했기에 트랙 메이킹과 작사 등 필요한 부분을 채운 시간이었다고 돌아봤다.

공백이 슬럼프로 다가오지 않은 이유도 어른스럽게 답변했다.

"저를 비롯해 많은 분이 자신에게 칭찬보다 채찍질에 익숙한 것 같아요. 그러면 힘들어지고 슬럼프가 오죠. 느려도 괜찮으니 자신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자주 해줬으면 좋겠어요. 칭찬에 인색하지 않으면 슬럼프가 오는 걸 막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생각이 영글며 감정을 표현하는 깊이도 달라졌다. 그는 "이번 앨범에서 감성적인 성장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전 앨범이 어린 시절 감성이라면 좀 더 성숙한 모습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감정 이입이 잘 된 곡은 역시 자작곡인 '20분 전'이다.

"예전엔 사랑 노래를 받아도 녹음 때 그 느낌을 표현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작은' 사랑 경험을 바탕으로 표현할 수 있었어요. 이해가 안 됐던 느낌도 조금 더 수월하게 표현할 수 있었죠."

그는 이전 대표곡 '한숨'에 대한 얘기도 곁들였다. 과거 이른바 '어른 아이'였던 자신이 이 노래를 부르며 위로받았다면, 이젠 여유롭게 부를 수 있다고 했다.

앨범 제목 '24℃'도 우리 나이로 24살인 이하이가 겪는 사랑의 온도와 다양한 감정이 담겼다는 의미에서 붙였다. 24살이 특별한 숫자는 아니지만, 과하게 억지로 뭔가를 표현하기보다 그대로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제가 어릴 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데뷔해 성장 과정을 보셨으니, 조금 더 잘 자랐다고 봐주시면 좋겠어요. 하하."

내내 차분하고 침착하게 답변한 그는 이미지도 확 달라져 있었다. 젖살이 쏙 빠진 얼굴에 상큼한 단발머리는 한층 성숙한 이미지를 풍겼다. 오후 3시에 한 끼 식사하고 24시간 공복하는 간헐적 단식을 했다고 한다.

그는 앞으로도 다양한 장르의 곡을 직접 만들어 부르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재즈, 힙합, R&B, 록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음악을 들어요. 트랙을 만들면서 옛날 느낌의 올드스쿨 비트나 펑키한 비트, R&B 비트를 만들게 되는 걸 보면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것 같고요. 욕심으론 앞으로 자작곡을 많이 싣고 싶어요."

만약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가지 않았다면 지금의 이하이는 어떤 모습일지 묻자 그래도 음악을 했을 거란다.

그는 "다른 친구들처럼 대학에 가거나 다른 일을 했을 수 있다"며 "하지만 금방 싫증 내는 제가 어린 시절부터 유일하게 질리지 않고 한 게 노래하고 듣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노래하는 직업을 가졌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덧 음악을 마주하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짚었다.

"어린 시절엔 음악이 재미있는 놀이였다면, 시간이 지나 일이 됐어요. 일이 됐단 의미는 재미가 없어졌다는 게 아니라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책임감이 커졌다는 의미죠."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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