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서안 화청궁 양귀비 상

미스코리아 경연대회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던 시절이 있었다. 공중파 TV에서는 결선 행사 한참 이전부터 여러 관련 이벤트를 방송했고 각 시·도 예선에서 뽑힌 여성들은 꽤 긴 합숙기간 동안 나름 돋보이려 최선을 다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곡된 여성상 전파, 성의 상품화가 논란이 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일종의 관음증을 사회에 확산시킨다는 비난에 밀려 공중파 중계 중단을 시작으로 급속히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갔다. 지금도 행사는 여전히 지속되고 케이블 방송에서 중계를 하겠지만 이제는 지나간 20세기 후반기 한국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았던 이벤트의 하나로 대중문화사에는 기록될 것이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각자 다르고 어디에 촛점을 맞추느냐의 문제는 그야말로 주관적이고 가변성 높은데 오랜 세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이런 개별적 심미안을 일정 유형으로 고착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미스 유니버스, 미스 월드 같은 해외 미인대회에서 뽑힌 여성들을 보면서 우리가 다소 의아해했던 것과 같은 맥락일 텐데 이제 사회발전과 성숙에 걸맞는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립할 때에 이른듯 싶다.

1950년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풍경과 뽑힌 여성들에서 그 시절 우리 사회상과 선호가 그대로 드러난다. 수영복 차림은 커녕 한복을 입고 심사받았던 당시 참가자들의 평균 신장은 160㎝ 안팎 또는 그 이하였고 용모나 분위기도 동양적인 고전미가 두드러진 분들이 많았다. 그 후 급속히 서양화가 진전되고 성형수술 등이 발달하면서 개인 간의 차별성은 줄어들고 엇비슷한 용모로 서구화되는 가운데 스피치나 표정 역시 변별력이 줄어든 몰개성시대가 가속화됐다.

그 시대에는 나름의 고유한 미인상, 아름다움의 척도가 있는데 미스코리아 이벤트는 이런 지표를 인위적으로 평준화시킨 결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됐다. 클레오파트라는 고대 이집트 시대 미적 기준의 전범이 되고 양귀비는 중국 당나라 시절 으뜸가는 미인으로 그 시대 그 사회의 상징으로 남는다, 양귀비가 정말 예뻤는가 하고 지금의 관점으로 보면 다른 판단이 나올 수 있듯 지금 선망되는 미의 기준은 장차 어떤 평가를 받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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