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현혹사회
상태바
[에세이] 현혹사회
  • 충청투데이
  • 승인 2019년 05월 30일 19시 1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31일 금요일
  • 23면
  • 지면보기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류지봉 충북NGO센터장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작가 등단 소식과 함께 직접 싸인까지 한 새 책을 선물 받았다. 은퇴를 앞두고 직장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공부하고 시간을 짜내 쓴 글들을 모은 책이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글쓰기의 미천한 재주를 타고나서 한 달에 한번 짤막한 칼럼을 쓰는 일에 버거워하는 나로서는 한권의 책을 온전히 자기 이야기로 엮어 냈다는 것이 한없이 존경스럽고 부럽다.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는 그의 용기에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작가가 쓴 책의 제목은 '현혹사회'다. 세상의 생존 틀에서 뺏기거나 뺏거나, 잃거나 얻거나, 속거나 속이거나 하는 세상의 생존방식이 알게 모르게 작동하고 있고, 그 작동에 이용되는 것이 현혹사회라 말하고 있다.

현혹이란 마음이 홀려 사로잡히는 것 또는 마음이 흐려지도록 무엇에 홀리는 것을 말한다. 현혹사회는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세상의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볼 수 없는 상태의 사회다. 요즈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짜뉴스는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에 힘입어 현혹의 파장을 더욱 확장시키고 있다. 사실이 아닌 거짓 정보를 마치 사실인냥 기사의 형식으로 배포해 현혹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가짜뉴스, 왜곡뉴스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팩트 체크하는 일이 뉴스코너의 중요한 한 꼭지가 된 것도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현실에서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분열과 반목을 조장해 민주주의 공동체의 기본인 사회적 신뢰를 허물고 있다. 가짜뉴스는 자극적이며, 음모적이어서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이끌어내고 공유된다.

이 지점에서 가짜뉴스는 권력을 얻게 된다. 합리적 비판과 토론이 사회운영의 원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거짓이 판을 치게 되는 것이다. 가짜뉴스는 소셜미디어서비스 사회에서 새로운 전염병이다. 가짜뉴스는 문자의 한계를 넘어 이제는 동영상을 교묘하게 짜깁기 한다거나 첨단기술을 이용한 딥페이크(딥러닝과 페이크의 합성로 인공지능을 사용해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로 변하고 있다.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2018년 멕시코 및 브라질 선거 등 전세계적으로 선거때마다 가짜 정보가 대량으로 유통됐다. 특히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수많은 가짜뉴스가 유포됐는데 그 중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후보 지지 성명을 발표했다는 가짜뉴스와 더불어 힐러리가 ISIS에 무기를 판매했다는 가짜뉴스는 선거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 다수의 평가다. 프랑스는 지난해 선거 3개월 전 가짜뉴스를 쉽게 삭제할 수 있는 법안을 통과 시켰고, 말레이시아, 이집트는 가짜뉴스 적발 및 처벌에 관한 법률을 통과 시켰다. 이탈리아에서는 지난해 1월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 신고 포탈을 만들고 경찰에 가짜뉴스 삭제권을 부여했다. 영국정부는 공식적으로 가짜뉴스란 말을 버리기로 했다고 한다. 가짜뉴스란 말이 개념적으로 허술할 뿐 아니라 실수에 의한 오보에서부터 민주적 과정에 대한 대외적 간섭까지 아우르는 애매함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다. 대신 잘못된 정보, 허위정보로 사용하기로 했다. 혹시 모를 현혹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가짜뉴스는 사실이나 진실과는 상관없이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왜곡되고 허위로 포장된 것으로 표현의 자유와는 상반된다.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으로 미디어의 책임감 있는 자율규제와 더불어 대중은 합리적 의심을 가지고 뉴스를 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진실은 명료하다. 가짜뉴스에 현혹되지 말자. 본질에 대한 깊은 캐물음이 필요한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