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규 세계축제협회(IFEA) 한국지부 부회장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주말이었다. 그러나 이맘 때쯤이면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도심공원에서 개최되는 우리 대전지역의 아트페스티벌이 있다. 바로 대전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벌. 이럴 때 시원한 보라매공원의 나무터널 아래를 걷기만 해도 좋은데, 공예와 회화 등 100여 명의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해 시민들과 직접 아트의 향기를 나눴다. 모 일간지 기자는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벌을 ‘슬리퍼 축제’로도 불렀다. 그만큼 시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축제란 것이다.

서구의 보라매공원과 샘머리공원은 도심 속 산소를 공급하는 물리적 허파이기도 하지만 심리적 문화적 허파의 공간으로도 창조적 재해석이 가능하다. 그 해석의 시작을 대전 서구청에서 출발했다. 세계적인 축제전문가 배재대 정강환 교수의 제안과 장종태 서구청장의 용단이었다.

힐링아트페스티벌은 올해로 4년째인 신생축제지만 파급력이 만만치 않다. 전문작가의 아트부스 참여와 도시공원의 야경연출 등으로 새로운 활력공간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정강환 교수는 ”대전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발의 성공은 대전 아트투어리즘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사례다. 이러한 축제와 대전 문화예술인프라가 대전 방문의 해와 잘 연계될 때 새로운 관광상품을 발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3일 동안 서구 힐링아트페스티벌을 지켜보면서 참 보기 드문 현상이 관찰된다. 방문객들이 도무지 집으로 가려하지 않는 것이다. 밤도 깊고 프로그램도 끝났으나 축제장을 떠나지 않는다. 대전서구청 박노훈 국장은 “축제 둘째 날 토요일에 밤 12시가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질 않는다. 개최자 입장에서는 힐링의 축제공간을 마음껏 즐기는 모습이 흐뭇하기도 하지만 안전문제도 있고해서 염려스럽다”고 행복한 고민을 털어 놓는다.

축제를 모티브로 시민들과 공원에 대한 새로운 장소성(Place Identity)이 구축되고 관계(Relationship)가 맺혀지게 된다. 보라매공원이 잊혀져가는 녹지공간이 아니라 아트이미지가 입혀지고 야경이 더 아름다운 공간, 여기서 시민의 삶과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이 공허한 슬로건이 아니라 이런 소확행으로 다져갈 수 있는 것이다. 다만 대전 서구는 좋은 출발에서 그치지 말고 서구에 위치한 대전예술의전당,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연정국악원 등 각종 문화시설과 연계된 문화예술 소프트웨어전략으로 지속가능한 장소마케팅 프로그램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시민의 심야시간 안전귀가의 염려(?)를 넘어서, 야간체류형 문화관광축제로 성장을 위한 인근 도심상권 연계전략 등 젊은 축제의 패기와 도전이 필요하다. 힐링아트페스티벌의 ‘상상자극, 문화공감’, 더 밝은 눈으로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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