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철규 대전마케팅공사 사장

지난 5월 말 대전에서는 실패박람회가 열렸다. 지난해 서울에서 행정안전부와 중소기업벤처부 공동주최로 처음 열린 후 올해는 지방을 순회하며 대전 등 4개 도시에서 개최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실패를 전면으로 내세우고 정부 행사까지 개최하는 것은 처음일 것이다. 그만큼 실패에 대한 인식이 이제 달라지고 있고, 그 중요성이 점차 많은 주목을 받는 것 같다. 그동안 실패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많았던 시절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우리 사회가 실패에 대한 여유가 생기고 성숙해가면서, 동시에 기존 성공이나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을 통한 새로운 성공을 절실히 필요로 하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실패에 대한 관심과 활용은 기업이 가장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일본에서는 일찍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패학이라는 학문이 도입되어 실패 분야에 대한 연구와 개선노력 등 활동이 활발하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도 '실패의 날'을 정해 매년 기업이나 개인들이 서로의 실패경험을 공유하고 축하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실패회의라고 할 수 있는 '페일콘(FailCon)'이 매년 개최되어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을 같이 찾아내고 배운다고 하는 데, 실리콘밸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페일콘'이라는 주장이 있으며, 그래서 실리콘밸리 별명이 실패밸리라는 비유가 있을 정도라고 한다.

이처럼 선진국일수록 실패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고 실패를 외면하기 보다는 직시하면서 새로운 발전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성인(聖人)은 인생의 모든 순간이 위기임을 아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훌륭한 사람일수록 인생 자체가 수없이 실패할 위기의 순간들로 점철되어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수없이 이겨내면서 성공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실패를 극복해내는 과정을 통해 나중에 성공이라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실패의 반대말은 성공 보다는 성장이라는 말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패하자마자 바로 성공할 수는 없으며, 뼈아픈 반성과 각고의 노력을 거쳐 새로운 각오와 역량을 많이 갖추게 될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고, 최고의 경쟁은 다른 사람과의 경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경쟁이라는 교훈이 시사하듯, 성장이 최고의 경쟁력을 낳고 성공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실패를 통한 성장은 공공기관에도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패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심지어 실패를 장려하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다지만, 사실 공공기관에서는 실패를 용인하고 받아들이는 조직문화가 아직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실패는 곧 예산낭비로 간주되고 감사에서 지적되면서, 담당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공공행정 분야에서 새로운 개선을 위한 시도에 따른 실패를 걱정하여 소극적인 업무추진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에서 최근 적극행정과 이에 따른 실패를 면책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고무적이다.

이러한 적극행정 면책제도가 단순히 실패를 면책하는 제도로 끝나지 않고 성공을 위한 성장의 계기로 활용될 수 있도록 담당자나 조직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성장행정 권장제도로 발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실패박람회와 같은 시도들이 공공행정 분야의 성장을 견인하는 행사로 확대되면서, 우리 사회에서 실패가 성장을 가져오고 결국은 성공을 이루게 할 수 있다는 보다 전향적인 문화가 널리 확산되고 정착되기를 열망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