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성거읍에 있는 '중부농축산물 물류센터'가 경영부실로 인해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아직도 표류하고 있다. 1999년 설립한 이 물류센터는 도지사 공약에 따라 추진된 것으로, 충남도, 천안시, 농협 등이 공동출자한 야심찬 프로젝트였다. 도내 농산물 유통과정 개선 및 수급 안정을 도모한다는 당초 설립취지야말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 하지만 경영부실과 공금유용 등으로 말썽을 빚더니 설립 4년여 만에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고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2016년 12월 청산 종결되고 말았다.

국비 278억 원을 포함, 총 519억 원을 이 프로젝트에 투입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는 건 뼈아픈 대목이다. 설립 당시만 해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생산지에 설립된 물류센터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농축산물 유통구조 혁신이라는 당초 목적 달성은커녕 오히려 도민 혈세만 낭비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생산지와 수도권 인근에 위치한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결과다. 입지도 천안 외곽에 들어섬에 따라 대형할인마트와의 경쟁에서 뒤쳐졌고, 조직 내부의 기강해이에다 느슨한 관리 감독 시스템까지 한몫을 했다.

아직껏 활용방안도 찾지 못한채 엉거주춤한 상태라니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관리공사가 설립된 2004년부터 시설물 임대 방식으로 현상 유지하고 있으나 이젠 근본적인 활용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안된다. 올 하반기 중에나 활용방안의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한다. 보다 신중하게 처리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비쳐진다. 그간 건물 철거 및 부지 매각, 공공 임대 등 다양한 처리 방안이 논의돼 왔다.

결국 건물 및 부지의 용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의 문제로 귀착한다. 한 때 애물단지로 여겨지던 국내·외 공공시설이 문화재생의 옷으로 갈아입고 화려한 부활의 꽃을 피우는 곳이 적지 않다. 문화의 지식공간으로 도시 생명의 활력을 불어 넣는 방안이 바로 그것이다. 예컨대 4차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문화콘텐츠산업이 매력적이다. 관건은 어떤 디테일로 채우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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