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5기 ‘삼한의 초록길’ 명명
6기 들어 ‘시민의 푸른 길’로 변경
현 7기 ‘삼한의 초록길’ 표기 늘자
“공식 명칭으로 정하자” 여론 커져
공직 내부, 아직 조심스러운 분위기

[충청투데이 이대현 기자] 정치적 논란이 일었던 ‘시민의 푸른 길’ 명칭이 예전대로 ‘삼한의 초록길’로 굳혀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민선 6기 들어 ‘시민의 푸른 길’로 불렸던 이 길의 명칭을 민선 7기 들어선 예전의 ‘삼한의 초록길’로 표기하는 사례가 잦기 때문이다. 시장이 바뀔 때마다 명칭을 바꾸는 탓에 소모적인 정쟁만 낳는 데다, 시민 혼란만 부추긴다는 논란이 이번에는 마침표를 찍을지 주목된다.

시는 27일 보도자료를 내 “삼한의 초록길을 찾는 시민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400m 구간에 미루나무 82주를 심었다”고 밝혔다. 시는 또 지난주에는 ‘주간 주요 행사 계획표’에 ‘시민의 푸른길’에서 열리는 행사를 공지하면서 장소를 ‘삼한의 초록길’이라고 표기해 알렸다.

공직 내부는 물론이고 언론과 시민들에게 배포하는 공식 문서에 ‘시민의 푸른 길’ 대신에 ‘삼한의 초록길’이라고 표기한 것이다. 이런 사례가 최근 들어 잦아지자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제라도 ‘삼한의 초록길’로 공식 명칭을 정해 부르는 게 낫다”는 반응이 나온다.

민선 5기 때 지은 이 명칭이 시민들의 입에 익은 데다, 이미 널리 알려져 부르기 편하다는 얘기다. 시민 상당수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꾸는 바람에 시민들만 혼란스럽다”며 “전임 시장의 치적을 지우려는 의도가 깔린 정치적인 결정은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직 내부에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하다. 전임 시장 때 지은 공식 명칭을 한순간 대놓고 바꾸기에는 정치적인 부담이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상천 시장은 전임 시장과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시의 한 고위 간부는 “많은 시민이 이용하고 편하게 부르는 이름으로 산책로 명칭을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기조는 분명하다”며 “그렇다고 전임 시장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시에서 대놓고 명칭 변경을 추진하기 부담스럽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삼한의 초록길’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진 만큼, 자연스럽게 굳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청전동 솔방죽을 거쳐 의림지를 잇는 이 산책로는 민선 5기 최명현 시장 시절에 시민 공청회를 거쳐 ‘삼한의 초록길’로 정했다. 하지만 민선 6기 들어 ‘삼한의 초록길’이 시민 자문위원회에서 ‘시민의 푸른 길’로 급작스럽게 바뀌자 “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이름을 바꿔 시민들만 혼란스럽다”는 지적이 일었다. 그런 데다 시민 상당수는 “‘삼한시대에 축조된 의림지’라는 역사적 상징성마저 잃어버렸다”며 “그냥 예전대로 불러야 한다”는 요구가 끊이지 않았다.

제천=이대현 기자 lgija20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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