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 점수 조작 파문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곪을 대로 곪은 고름이 터진 것뿐이다. 이번 사태의 시초는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권선택 전 시장 낙마 직전 김호 전 감독이 대표로 부임했고, 그의 아들(?) 고종수 선수가 그해 말 감독으로 낙점됐다.

국장급 관계 공무원과 함께 한 에이전트 대표의 개입설이 고개를 든 시점도 이때부터다. 그 해 시티즌은 갑작스럽게 30억원의 추경안이 편성됐고, 연내 집행이 불가했던 돈은 반납이 아닌 이듬해로 예산이 이월되는 사상 전례 없는 조치가 이뤄졌다. 시티즌 살림살이를 쥘 수 있는 사무국장은 에이전트 대표의 아삼육으로 바뀌었고, 코치 및 선수들은 그들의(?) 입맛에 맞게 교체됐다. 해당 에이전트 대표와 사무국장은 과거에도 문제를 일으켰던 인물들이다.

시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을 몇몇 인물들이 장악하며 그들만의 잔치를 벌였다는 의혹은 합리적 의심 쪽으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가 된 채점표 조작 사건의 경우 유력 정치인이 개입되자 경찰은 부랴부랴 수사를 확대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제보가 속출한다. 스카웃 과정에서 커미션이 오갔다는 의혹까지 속속 들어오며, 충격을 주고 있다. 오죽하면 황인범 선수가 이적을 놓고 특정 에이전트 대표에게 허락을 구해야 했다는 증언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수사의 포커스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대목이다.

29일 최용규 시티즌 대표이사가 구단 혁신 방안을 내놓는다. 이미 고종수 감독 경질 등 한 차례 인적 쇄신을 거친 그가 얼마나 장기적이고 세밀한 전략을 담아냈을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모든 문제의 시발점인 에이전트 유착 의혹을 풀어내야만 현 사태는 물론 앞으로의 일도 논할 수 있다.

시티즌 예산을 편성·승인하는 대전시·시의회와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 곪은 고름은 터지지 않으면 아물지 않는다. 시티즌이 작금의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시민에게 사랑받는 시민구단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최윤서·대전본사 취재1부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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