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강 공군본부 미디어콘텐츠과 병장

조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량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문화도 매우 중요하다. 구성원들에게 목표와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가진 역량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 여건을 조성해주는 동시에 소통의 방식이나, 의사결정 과정, 주어지는 책임과 권한, 상호간의 배려 등 조직문화에 해당하는 요소들이 열정과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29살의 늦은 나이에 공군에 입대했다. 이를 두고 가족과 친지들은 많은 나이에 입대하는 것에 대해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제대를 앞둔 현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그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입대 전부터 공군은 소통을 중시하면서 장병들의 전문성과 도전정신을 존중한다고 알고 있었고, 디자인 전공자로서 특기를 살려 군에 기여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입대 전부터 들어왔던 군대의 속설 중 하나는 "하지 말라는 것은 하지 말고, 하라는 것만 하고, 굳이 할 줄 안다고 말하지 말라. 중간만 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신병교육 후 일하게 된 공군본부 미디어콘텐츠과는 이등병도 전문가로 대접 해줬고, 덕분에 전문성과 자신감을 발휘할 수 있었다. 군대의 책임과 권한은 간부에게 있고, 병사는 간부의 판단과 지시에 따르면 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미디어콘텐츠과는 병사라 하더라도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자유롭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획도 할 수 있다.

이런 문화 덕분에 내게 있어서 미디어콘텐츠과는 '굳이 할 줄 안다고 말하지 않는 곳'이 아니라 '굳이 할 줄 안다고 말하는 곳'으로 여겨졌고, 자연스럽게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이런 조직문화 속에서 즐겁게 일한 성과는 컸다. 내가 주도적으로 추진한 '공군 의복 캐릭터'가 세계 3대 디자인상 중 하나인 ‘독일 iF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게 된 것이다. 군이 국제적인 디자인상을 수상했고, 현역 병사가 주도했다는 점이 큰 이슈가 됐다.

'공군 의복 캐릭터'는 '공군을 기억할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을 만들기 위해 뱃지를 디자인한 것에서 시작됐다. 정복과 근무복, 비행복, 정비복, 체련복을 입은 장병의 모습을 디자인했다.

만들다보니 단순히 뱃지만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특기와 임무에 따라 입게 되는 공군의 각종 의복들을 추가해 디자인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것을 각종 미디어나 인쇄물, 기념품에 적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브랜드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리고 이 브랜드 시스템을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해보자고 상급자에게 보고하자 "한번 도전해보자"라며 힘을 실어주셨다.

'공군 의복 캐릭터'의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본상 수상은 나의 열정, 전문성과 도전이 존중 받는 미디어콘텐츠과의 조직문화와 공군 병영문화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계기로 인생의 황금기에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군 복무를 하고 있는 병사들이 더 좋은 환경 속에서 더 많은 기회를 가지게 되기를 바라며, 군 생활이 인생의 낭비가 아닌 생산과 성장의 시기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병영문화의 개선으로 좋은 성과를 낸 사례들이 더욱 많아져 우리 군 전체로 좋은 병영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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