道 3단계 전략 마련… 미래 농정 혁신모델 구축 나서
3농정책위원회 주축… 민간주도 성장·신규사업 발굴
농수산업 인력 고령화·경영비 상승… 생산혁신 해법
산지 조직화·유통 혁신… 광역브랜드 ‘충남오감’ 출시

▲ 동물의 습성을 유지하고 5대 자유를 보장하는 등 인도적으로 닭을 사육해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을 획득한 박대수 씨. 충남도 제공
▲ 충남 당진에 위치한 간척지를 활용한 조사료 생산 전문단지. 충남도 제공
▲ 친환경 청년농부 육성 프로젝트에 참여해 충남에서 친환경오이를 생산하고 있는 아산 음봉면 최준호 씨. 충남도 제공
▲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은 우성사료 논상공장 전경. 충남도 제공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충남도의 3농 정책이 1·2단계 과정을 거쳐 9년차에 접어들었다. 이는 전국 최초로 기존 농어업정책의 효과와 실용성에 대해 문제 의식을 제기한 사례였고 행정기관 주도로 흘러갔던 기존 정책 방향과 달리 농어업인에게 실제 농정의 주도권을 이양한 첫 시도이기도 했다. 기존 농정은 집행부의 물량 투입 확대를 통한 생산·경쟁력 등 강화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왔고 산업화 중심의 국가 정책 구조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됐다. 이러한 상황에 주목한 도는 농어업과 농어촌, 농어업인, 이른바 ‘3농’의 문제를 서로 연관된 하나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해법을 모색해왔다.

그 첫 단계는 실제 현장의 농어업인이 포함된 민관협력 거버넌스 시스템 구축이었고 새로운 가치 발굴과 사회적 인식 전환의 물꼬를 트는 것이 목표였다. 또 두 번째 단계에서는 2030년까지 이어질 핵심 비전과 지역 시장의 선순환 체계에 방점을 둔 로컬전략이 마련됐고 전업농 육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전략이 투트랙으로 추진되면서 구체화됐다.

그 결과 지난해 도내 농림어가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전국 2위, 농가소득은 전국 4위에 올라섰고 각계 전문가들은 단체장이 바뀌어도 지속해야 할 정책으로 손꼽기도 했다. 도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전 단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보완한 3단계 전략을 마련해 미래 농정의 혁신모델을 만들어가겠다는 판단이며 그 중심에는 ‘5대 혁신’ 과제가 있다.

◆농업인을 위한, 농업인에 의한 농정혁신

도는 지난 8년 간 민간주도의 성장에 초점을 맞췄다. 이 과정에서는 농어업단체와 관련 학계, 연구원, 유관기관 등 관계자 42명으로 구성된 3농정책위원회가 주축이 됐다. 위원회는 지난해까지 총 158차례의 걸쳐 농정 전반에 대해 살폈다. 이를 통해 2015년부터 저효율 사업 189건(467억원)을 발굴해 일몰 절차를 밟았고 반대로 농촌 융·복합 공모사업 등 186건(497억원)의 신규사업을 마련하면서 실효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위원회는 전국 최초의 광역 단위 민간자율기구인 충남농어업회의소 설립을 주도한 바 있다. 회의소는 현재 7개 시·군에 설립돼 총 30개의 농어업단체가 활동 중이며 농어업인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기구로 현장의 정책 발굴과 자문·건의, 농어업계 의견 조정 등을 추진하면서 농정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도는 회의소를 확대해 나간 뒤 향후 위원회의 권한과 역할, 책임을 점진적으로 이양해 ‘농어업인이 주도하는 농정’을 현실화하겠다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도내에는 현안과제의 주체가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는 3농혁신대학이 개설됐으며 지난해까지 8670명이 참여해 293건의 과제를 발굴했고 이 가운데 212건(72%)은 도정에 반영되기도 했다. 이러한 도의 움직임은 국제 사회로도 뻗어나가 2015년부터 세 차례에 걸친 한·중·일 동아시아 지방정부 3농 포럼으로 이어졌고 ‘3농’ 문제에 대한 국제적 의제화와 공조의 발판을 마련했다.

◆숱한 악조건, 해법 모색 위한 생산혁신

농어업 전반에는 지속되고 있는 문제점들이 있다. 도내 농수산업은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과 경영비 상승의 악순환을 겪고 있으며 축산업은 양적 측면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뤘지만 친환경·동물복지 등에 대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키지는 못한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도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혁신을 해법으로 꺼내들었다. 우선 농정의 패러다임을 사람과 현장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농업환경실천사업과 도심 속 학교 논 만들기, 농작업지원단 육성, 주요농산물 가격안정제 등 농업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지역농협 농촌인력중개센터 5곳이 문을 열었고 친환경 농업단체와 학교가 자매결연을 맺으면서 153개교(9만3000여명)가 참여한 생태학습농장 조성이 추진됐다. 또 농식품부, 롯데슈퍼와의 협약을 통해 청년 농부 육성에 5년간 1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냈고 지난해 기준 7개 법인(95명)이 설립돼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축산업은 기존 양적 성장에서 지속가능한 육성으로 선회해 친환경·고품질 축산물 생산에 주력했고 양질의 조사료 생산체계 구축과 배합사료제조업체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확대,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 지원 등 각종 정책이 병행됐다. 그 결과 ‘토바우’와 ‘포크빌포도먹은돼지’, ‘장군포크’ 등 도내 브랜드가 전국 축산물 브랜드전에서 5년 연속 입상하는 등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수산업에서는 해외시장 개척에 중점을 두고 총 135개 업체를 지원해왔으며 이를 통해 시장은 2010년 1억9000만달러에서 지난해 8억4000만달러(342%)로 확대됐다. 또 전국 최초로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사업이 추진돼 신규 어업인 유입이 늘고 있는 추세며 각종 귀어 정책이 추진되면서 2017년에는 귀어인·귀어가구(379명) 전국 1위를 기록했다.

◆농촌·유통혁신을 통한 조직화, 폭발적 성장세

앞서 도내 원예·농산물의 생산액의 80% 이상은 도매시장에 출하됐으며 농가 개별 출하 형태로 교섭력이 약해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도는 유통혁신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2013년 농산물유통과 신설을 시작으로 산지 조직화와 유통체계 확대에 나섰다.

2014년에는 농협과 손잡고 광역연합마케팅 브랜드 ‘충남오감’을 출시했으며 현재 14개 품목에 91개 지역 농협, 6800여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듬해에는 농협을 통한 통합물류체계를 도입해 물류비를 30% 가량 절감했고 유통자재 통합구매를 추진해 자재 구입비를 20% 낮췄다.

이와 함께 대형유통업체 3사, 제주도 등과도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전국 바이어 초청 행사 등을 통해 다양한 판로를 물색하면서 충남오감 매출액은 2014년 146억원에서 지난해 1010억원으로 치솟았다. 또 11개 시·군에는 통합마케팅 조직 12개소와 공동선별출하 조직 90개소를 육성해 매출실적은 지난해 3005억원으로 2013년(501억원) 대비 6배 성장했다. 유통혁신은 학교급식에서도 빛을 발했다. 도는 2011년 이후 무상급식 확대 가능성에 따라 학교급식의 지속가능한 먹거리 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현재 도내 14개 시·군 1108개교(24만 5000여명)에 식재료 공급이 이뤄지면서 지역 농가와 업체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마련하게 됐다.

이와 별개로 각 마을에서는 농촌혁신을 통한 조직화로 막대한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2015년부터 농촌융복합(6차) 산업 인증 경영체 확대에 주력해온 결과 지난해 말까지 사업장 151개소가 문을 열었고 매출액은 2015년 483억원(64개소)에서 1984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지역 내 유통망을 이용한 경영체 입점(50개 업체)과 우수제품을 발굴해 시험대에 올릴 수 있는 도심 백화점 내 안테숍 운영, 수출상담(51만달러 규모)에 중점을 둔 충남농촌융복합산업대전 등을 바탕으로 일궈낸 성과다.

도내 각지에서는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마을만들기 사업도 추진되고 있으며 충남마을만들기지원센터와 10개 시·군의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주민 주도의 체계를 마련했다. 여기에 도는 기술혁신을 통한 슈퍼황복(황복+자주복), 민물왕새우 등 수산물 신품종 개발과 농업분야의 식량작물 우리쌀 저투입 생력재배 단지 육성 등 10개 분야, 129개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팜(정보통신기술 접목 농업시스템) 확산에도 주력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지난 8년 간 3농 정책을 통해 새정부 정책제안 등 국가 농정 아젠다를 선도하고 농어업인 중심의 상향식 농정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3단계 과정에서는 이를 계승·발전시켜 성과를 더욱 가시화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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