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수 충남역사문화원장

이번 내포이야기 칼럼 제목을 '바다이야기'로 달고 보니 한때 유행했던 사행성 게임이 생각났다. 이 게임은 도박을 통해 사람들에게일확천금의 헛된 망상을 꾸게 했지만, 내포의 바다이야기에는 무궁무진한 문화적, 경제적 먹거리가 가득하다. 공주가 살았던 미인도이야기부터 며느리 방귀이야기, 가득이·울덕이 이름을 가진 도깨비 이야기 등 다양한 구전설화는 미래의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콘텐츠다. 내포 바다이야기의 가장 큰 특징은 보령의 도미, 서산 간월도의 정신보 등 외래문화 교류와 관련된 문화콘텐츠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이는 내포의 바다가 외래문물 수용의 첫 관문이었으며, 문명교류와 상생의 장이었음을 설명해 주고 있다.

내포 바다는 역사적으로 해양강국 백제의 꿈을 간직한 곳이다. 백제는 해양을 통해 문화대국으로 성장했고 그 중심에 내포의 바다가 있었다. 또한 내포 바다는 물류의 중심 항로였다. 고려·조선시대에는 조운제도(漕運制度)를 통해 지방에서 산출되는 재원을 개경과 한양으로 운송했는데, 내포 바다는 경상·전라·충청도의 조운선이 반드시 지나가야 하던 중요한 지점이었으나, 바닷길이 매우 험했다. 이런 지리환경으로 태안·서산·홍성 앞 바다에서 수많은 배들이 난파됐고, 이로 인해 현재 내포의 바다는 수중 문화유산의 보고가 됐다.

작년 10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중국의 신(新)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와 관련해 중·한 해양협력 국제 학술포럼에 초청을 받아 내포 바다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가 진행해 온 해양 관련 사업과 성과를 듣고 중국 측에서 지방정부가 어떻게 이런 많은 작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했다. 그리고 향후 '일대일로'와 공동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해 가자고 제안해 왔다. 이렇듯 충남의 미래는 내포 바다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남도에서는 2015년부터 '환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 연구원에서도 ‘길로 풀어낸 환황해 문명교류사’와 ‘환황해 문명, 상생을 꿈꾸다’란 환황해 문명교류의 역사를 정리한 단행본을 출간했다.

그리고 올해는 충남도와 함께 내포 바다에 대한 기초자료를 수집·연구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첫 번째로 내포 바다에 있는 33개의 유인도서와 10개의 주요 항구·포구에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정리하는 '충남 해양문화원형 및 콘텐츠 발굴 연구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또 '충남 해양수산 역사문화 탐방사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초조사와 연구를 토대로 내포 바다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한다면 내포의 문화자원과 관광사업은 보다 풍성해질 것이다. 향후에는 산업 발전과 연계시켜 내포의 해양역사문화자원을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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