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와 매년 심해지는 미세먼지로 친환경 산업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대기 오염원으로 꼽히는 자동차의 경우 배출가스가 제로인 전기차나 수소차가 주목받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핵심은 바로 배터리로, 얼마나 많은 양의 전기를 담을 수 있는지, 얼마나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시 말해 고성능 전기차 상용화의 첫 번째 과제는 배터리 에너지 용량 증가와 충전 시간 줄이기다.

이런 전기차 배터리 충전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소재 기술이 보고됐다.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 팀이 박수진 포스텍 교수팀 등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용 실리콘 소재를 개발했다.

산호 모양 실리콘-카본 복합체 일체형 전극의 전지 특성. IBS 제공
산호 모양 실리콘-카본 복합체 일체형 전극의 전지 특성. IBS 제공

현재 배터리 음극 소재는 흑연이 대표적이다. 흑연은 이론적인 용량 한계가 있고, 고속충전 시 음극 표면에 리튬 금속이 석출돼 배터리 성능을 낮춘다는 문제가 있다.

흑연을 대신할 음극 소재로 실리콘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보다 용량이 10배 이상 커 고에너지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실리콘은 충·방전 시 부피 변화가 커서 잘 깨지고, 깨진 표면을 따라 고체전해질 게면층이 두껍게 형성돼 이온 전달 특성이 떨어진다.

IBS 연구진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물질 단계부터 새로운 설계를 제안했다.

구멍(공극)이 많은 실리콘 나노와이어 구조체를 재료로 사용해 실리콘 부피 팽창을 완화했다.

내부 공극은 충전 시 팽창한 실리콘을 받아들여 실리콘이 깨지지 않고 견디게 돕는다.

이후 다공성 실리콘 나노와이어를 높은 밀도로 서로 연결했다. 여기에 탄소를 나노미터 두께로 얇게 씌웠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호 모양의 ‘실리콘-탄소 복합체 일체형 전극’은 전기 전도도가 향상돼 고속충전이 가능했다.

해당 소재를 배터리 음극으로 사용하니 기존보다 5배 더 빨리 충전할 수 있었다.

10분만 충전해도 흑연의 4배 이상 용량을 유지할 수 있는 데다 충·방전을 반복해도 안정적인 구조를 유지했다.

박수진 포스텍 교수는 "똑같은 부피에서 에너지 밀도와 출력 밀도를 모두 높였다"며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로드니 루오프 IBS 단장은 "이 기술은 훗날 고속 충전이 가능한 고용량 양극 소재와 함께 쓰여 더 높은 수준의 리튬 이온 배터리를 실현할 것"이라며 "전기차 배터리 산업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성과를 담은 논문은 '에이씨에스 나노'(ACS Nano) 2월 26일 자에 실렸다.

투데이픽 todaypi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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