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조 7천억원 국회 서랍에, 이달 29일 예결위 임기 종료, 제출부터 본회의 한달 소요

[충청투데이 백승목 기자]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이 난기류에 빠지면서 정부가 제출한 6조 7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도 한 달 가까이 국회에 잠들어 있다.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면서 추경안은 23일 기준, 국회에서 29일째 논의 한 번 이뤄지지 못한 채 심사·처리가 하염없이 미뤄지는 모습이다.

추경은 집행이 신속할수록 효과가 높아 '타이밍'이 생명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추경안 심사가 늦어질수록 조바심을 내고 있다.

이번 추경안은 미세먼지와 강원 산불, 포항 지진 등 재난 대응 예산 2조2000억원과 선제적 경기 대응, 민생경제 긴급지원 예산 4조5000억원으로 구성됐다.

앞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맥주 회동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듯했지만, 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사과와 철회 요구를 고수하는 반면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 대세를 이루면서 정국은 다시 경색 국면이다.

이달 29일에는 20대 국회 3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임기가 종료된다.

이때를 넘기면 각 당이 추경을 심사할 예결위원을 다시 구성하느라 시간은 더 지체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들어 편성한 지난 두 번의 추경안과 마찬가지로 이번 추경안 역시 제출부터 본회의 처리까지 한 달을 훌쩍 넘겨 길게 늘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8년 청년 일자리·위기 지역 대응을 위해 편성된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은 4월 6일 국회에 제출돼 45일 만인 5월 21일에야 본회의를 통과했다.

2017년 편성된 11조원 규모의 일자리와 서민 생활 안정 추경안 역시 6월 7일 국회 제출부터 7월 22일 본회의 통과까지는 45일이 걸렸다. 이는 2000년대 들어 국회 제출부터 처리까지 90일이나 걸린 2008년 추경안 이후 최장 기록이었다.

추경안 처리를 위해서는 여야가 일정을 합의해 시정연설, 관련 상임위원회 심사, 예결위 의결, 막판 계수조정 작업을 거쳐 본회의 상정·표결을 해야 한다. 이런 절차는 아무리 서둘러 진행한다고 해도 일주일 안팎이 걸린다. 2018년 추경안과 2017년 추경안의 심사 기간은 각각 5일과 8일이었다.

한 예결위 관계자는 "심사에 착수하면 서두를 수 있지만, 아직 시정연설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에 심사에 착수하더라도 여야가 갈등을 빚으면 '중도 파행' 등의 가능성이 있어 이 경우 심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밖에 없다. 한국당은 현재까지 추경안에 대해 '포퓰리즘 예산'이라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서울=백승목 기자 sm10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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