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접으려다 펜을 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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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접으려다 펜을 잡았습니다
  • 최윤서 기자
  • 승인 2019년 05월 23일 19시 12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24일 금요일
  •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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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공동캠페인 '러브 투게더' 27. 너는 내 별 - 3편
싱글맘 박씨 생활고 시달려
매일 밤 술… 우울중 심해져
자치구 도움으로 공부 시작
전문대 사회복지학과 입학
“책가방 속엔 꿈·희망 가득”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살아서 뭐해. 딸이랑 너도 죽어. 그게 서로를 위한 길이야.”

누군가 끊임없이 귀에 속삭인다. 이 강력한 속삼임은 자꾸만 그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베란다로 인도했다.

두 번의 이혼 끝에 홀로 딸을 키우는 박(49·가명) 씨의 환청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위자료 한 푼 받지 못한 채 도망치듯 이혼한 박 씨에게 남은 건 막 돌이 지난 딸 현지(10·가명)뿐이었다. 오전에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오후에는 집근처 대형마트에서 밤 12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밀린 생활비와 분유 값을 벌었다.

퇴근해 집에 돌아오면 마음의 절망을 잊어버리기 위해 밤마다 술을 마시는 일을 반복했다. 그의 우울과 조울 증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해졌고, 급기야 자살을 유도하는 환청까지 들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자치구 복지사업팀에서 박 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그의 상태를 인지한 복지사업팀은 박 씨에게 공부를 시작하게 했다.

배움으로 삶의 희망을 준 것.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이었던 그는 45일 만에 중학교, 4개월 만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현정이만 생각했다.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었다. 공부를 시작하고 그의 생활은 180도 바뀌었다. 최근엔 대학에도 진학했다.

사회복지사의 추천으로 수능시험을 치르고 지난해 18학번 새내기로 대전의 한 전문대 사회복지학과에 당당히 합격했다. 밤낮으로 공부에 매진한 끝에 1학년 1학기엔 전 과목 성적 A를 받으며 지금까지 맛보지 못했던 성취도 느꼈다.

해당 복지사업팀 사회복지사는 “그에게 공부를 권유한 것은 단순히 배움의 차원을 넘어 삶을 놓지 않게 하는 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며 “엄마가 공부를 시작하면서 딸 현지와의 관계도 급격하게 호전됐다”고 전했다.

엄마 박 씨는 “우리 모녀는 매일 아침 책가방 속에 책과 공책을 담고 행복을 위한 꿈과 희망을 가득 채워 학교로 향한다”며 “올해 열심히 공부해 졸업을 하고 노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게 현재 목표”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끝>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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