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K리거 오현규 "프로 오니 몸싸움 맘껏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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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K리거 오현규 "프로 오니 몸싸움 맘껏 할 수 있어요"
  • 연합뉴스
  • 승인 2019년 05월 23일 06시 01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5월 2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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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과 준프로계약으로 K리그 데뷔…"이제는 골 욕심도 내보고 싶어"
"성적 안 좋아 팬들께 죄송한 마음…팀을 위해 최선 다하겠다"
▲ [촬영 박재현]
▲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 FC 서울의 경기. 수원 오현규가 슛을 하고 있다. 2019.5.5 xanadu@yna.co.kr
▲ [수원 삼성 제공]

고교생 K리거 오현규 "프로 오니 몸싸움 맘껏 할 수 있어요"

수원과 준프로계약으로 K리그 데뷔…"이제는 골 욕심도 내보고 싶어"

"성적 안 좋아 팬들께 죄송한 마음…팀을 위해 최선 다하겠다"

(수원=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프로에 오니 마음껏 몸싸움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고등학교에서는 조금만 부딪혀도 상대가 넘어져서 반칙이 지적됐거든요."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신인 오현규는 패기가 넘쳤다.

18일 수원과 울산 현대의 K리그1 경기가 펼쳐진 수원월드컵경기장.

바그닝요의 자책골로 1-2로 뒤지고 있던 수원은 후반 19분 수비수 박형진을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라운드를 밟은 수원의 '조커'는 18살 신인 오현규였다.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던 그는 후반 28분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을 때려 울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22일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오현규를 만났다.

10대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큰 키와 다부진 체격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시즌 오현규는 수원이 치른 12경기 중 3경기에 출전했다.

수원과 FC 서울의 라이벌 매치인 '슈퍼매치'에서는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오현규는 "구단 동계 전지훈련에 참여해 함께 훈련했기 때문에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생각은 했었다"며 "다만 기회가 와도 후반기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첫 출전이 일렀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26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처음 프로 무대를 밟았다.

오현규는 "관중이 그렇게 많은 곳에서 경기를 치르는 게 처음이라 신기하고 새로운 기분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때는 꼭 이겨야겠다는 생각뿐이라 다른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며 "그 때문에 별로 긴장도 안 됐던 것 같다"고 전했다.

오현규는 수원 매탄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이다.

아침에는 교복을 입고 등교해 수업을 듣다가 수원의 훈련 시간에 맞춰 가방을 챙겨 나온다.

그는 "데뷔하고 학교에 가니 몇몇 친구들이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웃어 보였다.

이번 시즌부터 수원과 준프로계약을 맺은 오현규는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준프로선수 신분으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2018년부터 시작된 준프로계약 제도는 구단이 산하 유소년 클럽 소속 선수 중 고등학교 2, 3학년에 재학 중인 선수와 최대 2년간의 계약을 맺을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제도 도입 후 K리그에서 준프로계약을 맺은 선수는 오현규를 포함해 4명뿐이다.

그만큼 수원에 오현규는 다른 팀에 빼앗기고 싶지 않은 탐나는 선수였다.

수원의 이임생 감독 또한 경기 전·후 인터뷰에서 수차례 오현규를 칭찬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현규는 "감독님이 늘 자신 있게 하라고 응원해주시고 용기를 북돋워 주신다"며 "힘이 많이 된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현규는 프로와 고등학교 무대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선수들의 '신체 능력'을 꼽았다.

"프로에서 뛰는 형들은 확실히 기술도 좋지만, 몸싸움이 정말 강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오현규는 "덕분에 몸싸움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185㎝에 81㎏인 그는 "고등학교 때는 조금만 부딪혀도 상대가 넘어지고 반칙이 불려 아쉬웠다"며 "프로에 오니 선수들 체격이 다들 좋아 과감히 부딪힐 수 있어 좋다"고 밝혔다.

앞으로 오현규의 출전 기회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주전 공격수 타가트가 내전근 파열로 한동안 경기에 나설 수 없고, 전세진 또한 20세 이하(U-20)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돼 대회가 열리는 폴란드로 떠났기 때문이다.

오현규는 "수원은 미드필더 중에서도 공격자원이 많기 때문에 경쟁은 여전할 것"이라면서도 "만약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첫 번째와 두 번째 경기에서는 팀에 피해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뛰었는데, 이제는 골을 넣어야겠다는 생각이 조금씩 든다"며 "앞으로는 공격수로서 골 욕심도 내보겠다"고 밝혔다.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오현규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그는 "어느 팀보다도 열정적인 팬들을 보유한 수원은 늘 상위권에 있어야 하고, 우승경쟁을 펼쳐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며 "팬들께 좋은 모습을 못 보여 드려 죄송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겠다"며 "팬들께 꼭 수원이 상위 스플릿으로 올라서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결연한 그의 목소리에서 팀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trau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