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속 문의 창작마을에 정착
청주시의회 “청남대 설치 최적”
이홍원 화백 “계속 보관하겠다”

▲ 청주시 문의면 마동창작마을 조각공원 내에 마련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비. 조성현 기자

[충청투데이 조성현 기자] 故(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맞으면서 오랜 유랑속에 청주 문의 마동창작마을에 자리잡은 추모비(표지석)가 다시 주목을 받고있다. 최근 지역에서 추모비를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에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의 추모비는 높이 75㎝, 너비 60㎝ 크기로 2009년 노 전 대통령 추모위원회가 청주시민 성금 400만원을 모아 제작했다. 추모위원회는 당시 추모비를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하려 했지만, 보수단체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청주 수동성당에 자리를 잡았으나 성당 관계자들의 철거 요구에 추모비는 일주일 만에 청원군 오창읍의 한 농가 창고에서 1년 9개월간을 지내야 했다.

2011년 4월 다시 청주 수동성당에 추모비 설치가 추진됐지만, 신도와 보수단체의 거센 반발에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이같이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떠돌던 추모비는 이홍원 화백 등 뜻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2011년 문의 마동창작마을로 자리를 잡게됐다.

추모비 문제는 노 대통령 10주기를 맞아 다시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22일 청주시의회 김영근 의원(더불어민주당·청주 바선거구)은 제43회 청주시의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10년째 쓸쓸히 방치되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비를 청남대에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김 의원은 “역대 대통령 기념관과 조형물이 설치된 청남대야말로 추모비가 있어야 할 최적의 장소”라며 “시민의 마음이 담긴 추모비가 정치적 갈등으로 방치된다는 것은 이념을 떠나 세상을 떠난 대통령, 고인에 대한 예의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충북도 역시 2013년 청남대에 대통령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면서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라 추모비 설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시종 충북지사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추모비 설치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결국 검토로 끝났다.

2011년부터 마동 창작마을에서 추모비를 보관·관리해온 이홍원 화백은 “청남대로 추모비를 보내는 것을 찬성할 수 없다”며 “추모비를 청남대에 설치하게 된다면 또 다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김영근 시의원이 한 번이라도 이곳을 방문해 향을 피워봤는지 되묻고 싶다”며 “그동안 관심도 없던 분이 이제와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저로서는 용납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모로 이곳이 인연인 것 같아 여기서 추모비를 영구 보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모비의 주인공인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1988년 국회의원에 당선돼 정치에 입문했다. 5공비리 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청문회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후 1990년 ‘3당 합당’에 반대해 민주당 창당에 동참했고,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쳐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제16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탄핵소추라는 위기를 맞기도 했고 퇴임 후 고향인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했으나 재임 중 친인척 비리로 조사를 받다 2009년 5월 23일 생을 달리했다.

조성현 기자 jsh900128@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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