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준 손해보험협회 대전센터 센터장

지난 4월초 강원도 고성과 속초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명 피해는 물론 수 백여 채의 주택과 창고가 불에 타고, 수 천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국가재난사태로 선포돼 정부 차원의 지원이 있겠지만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신속하게 복귀하는데 보험 역시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태풍이나 홍수, 산불과 같은 전통적인 자연재해의 위험뿐 아니라 각종 화재나 교통사고 같은 많은 인위적인 위험에 노출돼 있다. 더구나 사회가 고도화됨에 따라 전에 없던 새로운 위험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위험으로 인해 겪을 수 있는 경제적 어려움을 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보험이다. 보험은 상호부조 성격의 경제제도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즉 보험은 약자를 위한 것이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 제도를 위태롭게 하는 정의롭지 못한 것이 있으니 바로 부당하게 보험금을 편취하는 보험사기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험사기가 갈수록 대범해지면서 지난해 적발금액이 역대 최고를 기록해 8000억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적발인원도 거의 8만명에 이른다. 장기보험에서 허위 장해 등으로 보험금을 청구한 사례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다. 병의원에서 허위(과다) 진단·수술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의 보험사기가 많아진 것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민간 보험의 전체 보험사기 추정액은 약 6조 2000억원에 이른다. 결국 이러한 피해는 성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선량한 보험가입자에게 돌아갈뿐더러 공적 보험인 국민건강보험 재정 누수로도 이어져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또한 보험사기는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나 방화와 같은 다른 범죄를 수반하기도 하므로 사회적으로도 반드시 근절해야할 불법행위이다.

이러한 보험사기와 같은 도덕적 해이에 대처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덕적 해이가 외국에 비해 심한 이유는 우리의 도덕성이 외국에 비해 낮아서가 아니다.

적발 가능성이 낮고 적발시 법적·사회적 처벌강도가 낮아서이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갖게 해야 한다. 처벌은 두려움을, 두려움은 행동을, 행동은 습관을, 습관은 문화를 바꾼다. 국민의 문화수준은 경제력이나 도덕성보다 통제시스템에 의해 결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보험사기 근절을 위해 처벌수위를 강화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 2016년 9월 시행됐음에도 보험사기 수사는 수사기관의 후순위 대상이고 적발되더라도 실제 처벌수위는 약하다고 한다.

최근 들어 대전·충청지역에 자동차사고를 이용한 보험사기 뿐만 아니라 허위·과다 입원을 통한 보험금 편취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불법 사무장병원 또한 활개를 치고 있다.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좀 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인간의 본성은 이기(利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사회의 보편적 규범에 의해 그 악성(惡性)이 규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지 개인의 심성에만 호소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사회규범으로 확립되도록 보험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와 엄중한 처벌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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