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생명을 2가지 방법으로 살리는 특별한 소방관이 있다.

그 주인공은 유성소방서 신영길 소방위.

신 소방위는 소방관으로서 사람들을 구조하고, 36.5도의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헌혈을 통해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는다.

헌혈은 몸속 피의 일부를 나누는 행위를 넘어서 사회와 공동체, 이웃을 향한 나눔을 실천하는 고귀한 행동이다.

신 소방위는 자신의 생명과 사랑을 나누는 헌혈을 30여 년간 이어오고 있다.

그의 헌혈은 국내의 혈액이 부족해 수입을 해야 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시작됐다.

유성소방서 신영길 소방위.
유성소방서 신영길 소방위.

 

신 소방위의 헌혈 활동이 이어지자 어머니와 아내는 그의 헌혈봉사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신체발부 수지부모'라는 유교적 가치관이 기조에 깔린 사회에서 살았던 신 소방위의 어머니는 헌혈에 거부감을 내비쳤다.

아내도 잦은 헌혈이 교대근무를 하는 신 소방위의 건강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체력을 단련해 건강을 유지하면서 긍정의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아내와 함께 헌혈을 다닌다.

신 소방위는 "약을 먹거나 질병이 있으면 헌혈을 할 수 없는데 헌혈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건강하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건강한 헌혈자가 헌혈에 참여해야 수혈자에게 보다 안전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현재까지 생명을 나눈 횟수는 330차례.

비번으로 쉬는 날 헌혈의 집을 찾는 신 소방위는 1년에 약 20회 정도 헌혈을 한다.

300회가 넘는 헌혈로 팔에는 굵은 바늘 자국들이 마치 영광의 훈장처럼 굳은살로 박혀있다.

신 소방위는 대한 적십자에서 헌혈유공장 최고명예대장도 받았다.

대한적십자사는 헌혈 횟수에 따라 30회 은장, 50회 금장, 100회 명예장, 200회 명예대장, 300회 최고 명예대장 등 헌혈 유공장을 수여한다.

헌혈 횟수는 300회가 훌쩍 넘지만 현재 신 소방위에게 남아 있는 헌혈증은 거의 없다.

혈액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아들을 돕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아낌없이 기증해 왔기 때문이다.

신 소방위는 "대전소방본부 헌혈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직원 가족과 지인, 회원들에게 헌혈증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오면 필요한 환자에게 매번 나눠주고 있다"면서 "동호회에서 연탄 나눔과 김장 일손 거들기, 단체 헌혈 후 회비로 소화기 기증 등의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소방위에게는 자신의 혈액으로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고 자신의 신체가 건강하다는 증표이다.

아직 부족하다는 그의 바람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날까지 계속 헌혈을 이어 가는 것과 '하트세이버(Heart Saver)'를 받는 것이다.

하트세이버란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로 위험에 처한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 등으로 구한 구급대원과 일반인에게 주는 인증서다.

신 소방위는 "화재 진압과 행정 업무를 보다 늦깎이 구급대원이 됐다"면서 "심정지 또는 호흡정지로 죽음의 기로에 놓인 환자를 심폐소생술 등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을 통해 생명을 구해서 구급대원으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생명을 살리는 손길인 심폐소생술도 널리 확산되길 희망했다.

신 소방위는 "위급 상황이 일어나 출동해 가는 동안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심폐소생술을 부탁했지만 허둥지둥하면서 아까운 생명을 잃는 경우를 봤다"면서 "내 가족과 이웃을 살릴 수 있는 심폐소생술이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