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균 대전예술의전당 관장

‘꿈’을 물어보는 사람들을 가끔 만난다. 그때마다 꿈이 없이 살고 있다고 대답을 하지만 의외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설마 잠잘 때 꾸는 꿈으로 받아들이는 독자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사전 검색을 해봤다. ‘실현시키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 설명이 돼 있고 참고어로는 ‘소망’, ‘소원’, 유의어로는 ‘몽상(夢想)’도 보인다.

사람이 늙었다고 이야기하는 기준을 꿈이 있느냐 없느냐로 구분한다는 말에 비추어 봤을 때,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 늙지 않는 사람’이라고 보면 설명이 복잡해진다. 필자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늙어있었거나 정체성이 없는 사람 아닌가.

나태한 것이 용납되지 않은 인생을 살아오고 있다고 에둘러 대답을 하며 합리화 하곤 하지만 분명한 건, 꿈이 없이 살아왔다는 것.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집안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독학으로 성악을 공부했던 고3 시절부터 꿈을 없앴던 것 같다.

학력고사가 끝난 다음날부터 고등학생 신분으로 시작했던 아르바이트는 제대 후 홀대(?)받을 나이 때까지 멈추지 않았고, 방송인과 음악인으로 하루하루를 쪼개어 살던 시절, 시립합창단 생활을 하며 오페라단과 음악협회 일을 했던 시절도 그랬다.

주변에서 시장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일이라며 만류했던 클래식기획사를 인수한 1999년 10월부터는 더욱 더 미래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20년 동안 두 개의 민간오케스트라를 창단했고 세 개의 공연기획사를 운영하며 그 사이사이 공공문화예술기관에서 근무했던 경력들로 이력서 빈칸을 채우기에 어렵지 않게 됐다. 훗날 무엇이 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할 겨를 없이 살다보니 어느덧 여기까지 와 있었다.

대전예술의전당 6대 관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나고 있다.

지역 출신의 두 번째 관장이기에 많은 분들이 축하와 기대를 보내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스스로 가져다 붙인 의미도 있다. ‘직원 출신의 최초 관장’, ‘시립예술단, 대전예당, 대전문화재단을 거친 사람’. 꿈이 없이 살아온 사람에게 이런 수식 문구들이 붙는다는 것이 한편으로 아이러니할 수도 있겠다.

가끔 봉사모임에서 청소년들에게 진로진학 특강을 한다. 필자가 걸어온 길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런 직업군도 있다는 간접 경험과 함께 인생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강의 마지막에 이런 이야길 한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 과거에 집착은 ‘그러지 말아야 했어’라는 후회를 말하는 것이고, 미래의 집착은 ‘했다가 안 되면 어떡하지?’하는 두려움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현실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는 사람한테 좋은 미래가 약속된다고 이야기를 하며 강의를 마무리한다.

모든 사람의 인생이 같을 수는 없지만 남의 인생을 들여다보며 사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남들이 보기에 좀 특이한 업종에 종사하다보니 아주 가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다. 취임식과 몇몇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문화적인 삶을 제공해 주는 사람들의 삶은 결코 문화적이지 못하다’라는 말로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공공 공연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공공의 가치가 중요하기에 단순히 먹고살기 위한 직장의 개념을 경계하도록 후배들에게 권하는 한편 격려를 보내는 것이다.‘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현실에 충실하라!’라는 말을 기억하며 묵묵히 소신을 펼친다면 자신과 공공의 가치가 높아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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