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기자간담회 불참

▲ [EPA=연합뉴스]

칸 영화제서 베일 벗은 테런스 맬릭 '어 히든 라이프'(종합)

감독은 기자간담회 불참

(칸[프랑스]=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칸 영화제에도 미국의 테런스 맬릭 감독은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올해 제72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테런스 맬릭 감독의 '어 히든 라이프'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베일을 벗었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반대한 오스트리아의 양심적 병역거부자 프란츠 예거슈테터(Franz Jaegerstatter)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실존 인물로, 오스트리아 라데군트라는 곳에 살던 그는 나치의 징집 명령을 거부해 감옥에 갇힌다. 결국 그는 사형당했다.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프란츠는 아름다운 마을 라데군트에서 아내와 아이들과 행복한 가정을 이루며 살고 있다. 어느 날 그에게 나치의 징집 명령이 내려오지만, 그는 거부한다. 결국 그는 감옥으로 가게 되고 마을 사람들은 이 가족을 배신자로 취급한다.

영화는 감옥에서 고통받는 프란츠의 육체적인 고통보다는 정신적인 고통에 더 집중한다. 그와 함께 집에서 딸 셋을 혼자 키우며 농사일까지 하는 아내의 모습을 교차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느껴지는 슬픔은 묵직하되 지나치지 않다. 신이 언급되는 장면이 많아 예거슈테터가 마치 예수와 비교되는 것 같지만 영화는 프란츠를 미화하거나 신격화하지는 않는다.

세 시간에 가까운 긴 상영시간 동안 맬릭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스크린에 펼쳐진다. 카메라에 담긴 오스트리아 풍경은 경이로울 만큼 아름답다. 대사는 별로 없는 대신 자연의 소리가 상영관을 가득 채운다.

1973년 '황무지'로 장편 데뷔한 맬릭은 과작(寡作) 감독으로 통한다. 40년이 넘는 활동 기간에 7편을 만드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는 영화를 공들여 찍고 편집을 오래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어 히든 라이프' 역시 2년 반이라는 편집 기간을 거쳤다.

그는 사생활 노출을 매우 꺼리는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2011년 제64회 칸 영화제에서 '더 트리 오브 라이프'로 황금종려상을 받았으나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그는 레드카펫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일 칸 팔레 드 페스티발에서 열린 '어 히든 라이프' 기자간담회에도 불참했다. 주연배우인 아우구스트 딜과 발레리 파흐너만 참석했다. 통상 칸 영화제에서는 영화를 연출한 감독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영화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나 맬릭 감독은 이례적으로 공식 상영 때에는 모습을 드러내 기립 박수를 받았다.

기자간담회에서 아우구스트 딜은 "이 영화는 주인공의 개인적이며 영적인 선택을 다룬 작품"이라며 "편집에만 2년 반이 걸렸는데, 이 편집 과정은 이전의 어떤 영화와도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레리 파흐너는 테런스 맬릭 감독이 어디 있는지 아느냐는 질문에 "모른다"고 웃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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