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가정의 달 5월이다. 부모님을 떠올리면 가슴이 먼저 저며 온다. 자랄 땐 몰랐지만 부모가 된 후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잘난 자식보다 못난 자식에게 더 마음이 간다는 것이다. 모자란 자식에게 희망을 걸고 그 희망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희망의 힘으로 살아간다. 우리들의 부모는 그렇게 살아왔다.

구청장이 된 지 10개월이 지났다.

구정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지 자문해 본다. 구청장이 지역민의 부모라는 생각보단 책임자로서 말이다. 주민자치, 사회복지, 도시재생, 지역경제 등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특히 지역경제는 못난 자식처럼 다가온다. 경제가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답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꽃을 보려면 씨앗을 뿌려야 한다. 작은 씨앗 하나가 꽃밭을 만든다. 지역경제에 새로운 파란을 일으킬 씨앗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구는 올 7월 지역화폐 ‘대덕e로움’이라는 씨앗을 뿌린다. 대덕e로움은 지역 내 소비촉진과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함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경제모델이다. 대덕e로움은 지역경제와 대전경제, 나아가 국가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그 힘의 원천은 주민이다. 350여 명의 주민대표가 자발적으로 대덕e로움 유통활성화 운동본부를 구성해 지역경제 살리기에 가장 먼저 나섰다. 12개 동의 통장들도 홍보단을 구성했다.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 기업체 노동조합과 공직자들도 동참했다. 식는 것은 소리가 없지만, 끓는 것은 소리가 난다. 지금 우리 구가 그렇다.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들끓는 소리가 커지고 있다.

‘희망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다. 한사람이 가고, 많은 사람이 함께 가면 길이 되는 것이다.’ 중국 사상가 루쉰의 말처럼, 18만 구민이 힘을 모아 길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희망의 길을 열고 있다.

그 중심에 지역화폐 대덕e로움이 있다. 한 번에 한걸음을 내딛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작은 몸짓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큰 물결이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안다. 지금 내딛고 있는 한 걸음, 몸짓 하나가 지역경제의 희망인 것이다.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주민과 함께 힘을 모아 간다면 대덕경제의 꽃망울은 활짝 피어날 것이다. 대덕e로움이라는 희망의 씨앗을 통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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