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부영 한서대학교 교수(한국해양정책학회 이사)

요즘 육자배기 배우는 맛에 푹 빠져 있다. 국악에 관심을 갖고 판소리를 배우고 있지만 이제야 육자배기의 참 맛을 느끼는 것 같다. 왜 육자배기가 좋은가? 필자 생각으론 ‘가락과 노랫말이 우리 한국인의 정서와 가장 가까이 접해 있어 그런 것’ 같다.

토속성이 강한데다 한(恨)과 흥(興)이 잘 어울어져 ‘육자배기’는 진하고 슬프고 흥이 나는 소리이다. 서도의 ‘수심가’와 더불어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라고도 한다. 가락이 아름답고 가사도 정교한 시 등으로 되어 있다. 박자가 느려 한스럽고 서정적인 느낌도 주기도 하고 억양이 강해 구성진 멋도 있고 예술적 가치 또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연세 드신 명창분들의 육자배기 소리도 좋고 20대 젊은 소리꾼 김준수 씨의 육자배기 소리 또한 구성지고 멋들어져 듣는 내내 행복함을 느끼게 된다. 필자는 또한 세계적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BTS(방탄소년단)를 보며 육자배기적 DNA를 느끼곤 한다. BTS의 노래속에는 한국의 전통적 요소가 가미되어 신명과 깊이를 더하고 있다. BTS가 육자배기적 기질과 깊이로 전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그럼 ‘육자배기’란 무슨 의미일까?, 원래 육자배기는 6박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는데 악곡명도 6박이라는 의미에서 출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육자배기는 본디 콩밭을 매는 아낙네나 김매는 농부들, 나무꾼들이 부르던 소박한 소리였다. 현재 육자배기는 두 가지 모습이다. 하나는 판소리 소리꾼들이 부르는 남도잡가 육자배기이며, 다른 하나는 여전히 시골에서 불리는 토속민요 육자배기이다.

예전에 고된 노동을 이겨내고,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던 시골 서민들의 노래. 채록을 보면 남도지역 이외에도 충남 천안이나 경북 울진 등에서도 지역 특색에 맞는 유형의 육자배기가 불려졌음을 알 수 있다.

논매기 등에 불린 육자배기의 공통점은 잡가 육자배기와 달리 많은 시김새가 들어가지 않아 맛이 담백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육자배기는 사람들의 삶이 담긴 노래이다. 농군들의 노래에는 그들의 일과 생활, 생각들이 들어 있다. 살고 있는 산과 들녘, 농토와 강, 그들이 아끼고 존중했던 자연과 닮아 있는 것이다.

잡가화 된 육자배기는 세련되고 화려해 전문 판소리꾼인들에 의해 널리 불린다. 사랑과 이별 등이 주요 가사 내용으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시김새가 정교하고 가락이 어려워 아무나 쉽게 부를 수 없어 일반인들은 육자배기를 많이 듣는다. 고향의 향수를 느끼며 또는 스스로의 감정을 노래에 실어 감상한다. 마음이 슬픈 사람은 육자배기를 슬프게 듣고, 마음이 평화로운 사람은 육자배기를 한가하고 편안하게 듣는다.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소리, 사람들의 삶이 차곡차곡 쌓이고 녹여 있는 소리, 그 안에서 나만의 내음을 들을 수 있어 더욱 감동적일 수 있는 육자배기. 육자배기의 진중한 맛과 소리꾼 명창의 고운 음색이 어우러져 몇 번을 들어도 좋다. 오늘 또 다시 육자배기를 들고 따라 부르고 배우며 나와 모든 사람의 행복한 일상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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