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나운규 기자] 신혼여행 중 니코틴 원액을 주입해 10대 아내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편 A(23) 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A 씨가 항소심 막판부에 ‘아내가 자신을 죽여달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 형식의 유서를 증거로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필적 감정이나 제출 시기 등을 볼 때 신빙성이 의심된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 씨는 2017년 4월 25일 신혼여행지인 일본 오사카 한 숙소에서 미리 준비한 니코틴 원액을 아내에게 주입해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그는 신혼여행 직전 자신을 수령인으로 하는 아내의 여행 보험을 가입했고, 아내 사망 며칠 후 보험사에 사망 보험금 1억 5000만원 수령을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당초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일본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장례절차까지 마친 후 홀로 귀국했다. 하지만 부검결과, 아내의 사망 원인이 니코틴 중독으로 확인됐고 살인 계획 등이 담긴 일기장 등이 나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A 씨는 재판 내내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싶어 했고 나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 나는 니코틴을 주입하도록 도와줬을 뿐 살해하지 않았다”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아내를 살해하기 위해 용의주도하게 준비했다”면서 “아내는 숨지기 직전 니코틴 중독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피고인은 범행을 부인하며 거짓말을 하는 등 인간으로서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염치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A 씨가 항소심 막바지에 증거로 제출한 ‘아내의 유서’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필적과 유사점 및 상이점이 모두 있어 판단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하지만 유서가 사실이라면 이것은 피고인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인데 경찰 수사단계부터 최근까지 한 번도 언급하지 않다가 현시점에서 유서의 존재를 말하는 것에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항소심 최후변론에서 유족에게 사과했지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피고인에게는 범행에 상응하는 응분의 형벌을 가해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고 비슷한 사건의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나운규 기자 sendm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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