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일규의 서예이야기

위무자(魏武子)에게 애첩이 있었는데 아들이 없었다. 위무자가 병에 걸리자 아들 위과(魏顆)에게 말했다. “꼭 개가를 시켜라” 그런데 병이 위독해지자 말을 바꾸었다. “꼭 순장(殉葬:강요된 죽음으로 딸려 함께 묻음)을 시켜라” 위무자가 세상을 떠나자 위과는 여자를 개가시키면서 말했다. “병이 위독하면 정신이 혼란스럽다. 나는 정신이 맑을 때 내린 명을 따르는 것이다”

진(秦)나라가 진(晉)나라를 침공하여 싸울 때 위과는 어떤 노인이 풀을 묶어 두회(杜回)를 막는 것을 보았다. 두회가 넘어져 고꾸라져 잡게 됐다. 그날 밤 꿈에 노인이 말했다. “나는 당신이 개가시킨 여자의 아버지요. 당신이 아버지가 정신 맑을 때의 명에 따랐기 때문에 내가 보답을 한 것이오”

이 이야기는 ‘좌전(左傳) 선공(宣公 15년’에 나오는데, 이 내용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진(晉)나라의 위무자는 병이 들자 아들 위과에게 자기가 죽으면 자기 후처(위과의 서모)를 개가시켜 순사(殉死)를 면하게 하라고 유언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돼 정신이 혼미해진 위무자는 후처를 순장하라고 유언을 번복했다. 위무자가 죽은 뒤 위과는 아버지의 첫 번째 유언에 따라 서모를 개가시켜 순사를 면하게 했다.

그 후 진환공(秦桓公)이 진(晉)나라를 공격했고 위과는 왕명을 받들어 군사를 거느리고 진(秦)나라 장수 두회와 싸우게 됐다. 그러던 중 위과가 위태로움에 처했을 때 어떤 노인이 나타나 적군의 앞길에 풀을 잡아매어 두회가 탄 말이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 위과는 이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두회를 사로잡았다. 위과는 그 노인이 누구이며 왜 자기를 도와주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에 그 노인이 나타나서 자신이 바로 위과가 재가시킨 서모의 아버지인데 자기 딸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싸움터에서 풀을 묶어 두회가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고 말을 해 줬다.

삼국시대의 촉(蜀)나라부터 서진(西晉)에 걸쳐 벼슬을 했던 이밀(李密)은 〈진정표(陳情表)〉에서 이 성어를 이용해 “살아서는 목숨을 바칠 것이요, 죽어서는 결초보은할 것입니다.(생당운수 사당결초:生當隕首 死當結草)”라고 썼다. ‘결초보은’이란 죽어서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고, 살아서 은혜를 갚는 것은 ‘황작함환(黃雀銜環)’이라고 한다.<국전서예초대작가·청곡서실운영·前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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