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킬로그램·암페어·켈빈·몰 단위 표준 변화

[충청투데이 투데이픽] 세계측정의 날인 오는 20일 국제단위계(SI)의 7개 기본단위 중 4개 단위의 표준이 바뀐다.

4개 단위는 킬로그램(㎏), 암페어(A), 켈빈(K), 몰(㏖)이며, 한번에 4개 단위의 정의가 바뀐 적은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일이다.

단위가 바뀐다고 해서 우리가 사는 일상에 변화는 없다.

단위 재정의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거대한 변화지만 우리가 이를 알아채기에는 그 변화가 매우 미세하다.

▲100년만에 변화

바뀌는 단위 표준은 모두 물질의 양 대신 불변의 값인 상수를 기반으로 한다.

플랑크 상수(h), 기본 전하(e), 볼츠만 상수(k), 아보가드로 상수(NA)가 바로 변하지 않는 기본상수다.

1875년 5월 20일 도량형의 전 세계적인 통일을 처음으로 논의한 미터협약 이래로 144년 만에 모든 기본단위가 ‘불변의 기준’을 갖게 된다.

단위재정의 설명한 일러스트레이션
단위재정의 설명한 일러스트레이션

 

그동안 단위를 재는 이른바 ‘원기’는 완벽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며 금속 합금으로 만든 원기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세한 변화는 단위의 오차를 만들어냈다.

실제 130년 만에 바뀌는 킬로그램은 ‘국제킬로그램원기’의 질량을 정의로 하고 있다.

1㎏은 백금 90%와 이리듐 10%로 만든 원기둥 모양의 국제킬로그램원기의 질량이다.

10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르면서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 지하 금고에 보관된 원기의 질량이 수십 마이크로그램(㎍) 변했다.

이런 불안정성을 없애기 위해 킬로그램의 새로운 정의에는 플랑크 상수(h)라는 고정된 값을 활용한다.

플랑크 상수는 ‘기계적 일률과 전기적 일률은 같다’는 원리를 이용해 질량을 연결하는 ‘키블 저울’이라는 측정기기를 통해 산출된다. 플랑크 상수의 단위에 킬로그램이 포함돼 있어 정확한 킬로그램을 정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키블 저울을 제작해 운영하는 국가는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6개국뿐이며, 미국과 캐나다 등의 표준기관이 측정한 플랑크 상수 평균값(6.62607015×10-34J·s)을 토대로 킬로그램의 국제표준이 재정의 됐다.

온도 단위인 켈빈의 경우 그 정의가 물에 의존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1K은 물의 삼중점(물이 고체, 액체, 기체로 동시에 존재하는 온도)에서 열역학적 온도를 273.16으로 나눈 값으로 정의했다.

물이라는 물질 자체가 가진 불안정성을 제어할 수 없었다. 물에 포함된 원자들의 동위원소 비율이 달라지는 등의 이유로 온도의 기준이 미세하게 흔들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새로운 켈빈의 정의에는 볼츠만 상수(k)가 활용된다.

암페어는 정의부터 불분명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무한히 긴’ 평행한 직선은 현실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과학자들은 전자 1개의 전하, 즉 기본전하를 나타내는 상수인 e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단위 시간당 전하의 흐름’으로 전류를 정의한 것이다.

킬로그램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몰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졌다.

지금까지 몰의 정의는 12 g의 탄소-12에 들어있는 원자의 개수를 바탕으로 했다. 킬로그램에 직접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상의 변화는 없지만 보다 정밀해졌다

킬로그램원기
킬로그램원기

 

표준과학자들은 이번 단위 재정의를 두고 "거대한 변화이지만, 아무런 변화도 없다"(a huge change, but no change)라고 표현한다.

예컨대 1㎏ 재정으로 몸무게 숫자가 조정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바이오나 전자 소자 등의 미세연구에선 다르다.

정밀한 실험에서 마이크로 수준의 오차는 치명적인 오류가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 미세한 분량 차이는 안전과 직결되고 금과 같이 질량으로 값을 매기는 고가의 물품은 미세한 측정 오류가 경제적 이익에 큰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다.

박연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물리표준본부장은 “일상의 혼란은 최소화하면서 과학기술의 극한까지 정교해지는 것이 단위를 연구하는 측정과학의 목표”라며 “탄탄히 다져진 기반 위에 세운 집이 견고하듯, 단위를 새롭게 정의하고 구현하는 기술력을 갖춘 국가만이 과학기술 선진국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데이픽 todaypick@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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