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DPI 임대차계약…일방적 퇴거
대전복지재단·중구청 중재요구
"관여할 바 아니다" 선 그어

무상임대차계약서
무상임대차계약서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의사소통이 어려운 뇌병변장애우들의 도움의 손짓을 지역사회가 외면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대전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이하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한국장애인협회대전지부(이하 DPI)와 무상임대차계약을 맺어 중구 선화동 소재의 사무실에서 생활 했지만 세달 뒤인 11월 일방적인 퇴거 요구를 받았다. 계약기간이 올해까지 임에도 DPI 측은 사업 확장을 이유로 협회의 사무실을 임의로 정리하며 자리를 비워줄 것을 요구했다.

협회는 DPI와 맺은 임대차계약서까지 보여주며 항의했지만 DPI는 입장을 고수했다. DPI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서는 전임 회장이 협회를 배려하기 위해 작성해준 것”이라며 “협회와 실질적으로 금전적 거래가 오고가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서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DPI의 주장은 주장에 불과했다. 부동산 및 법률 전문가들은 무상 임대라 할지라도 계약서 상에 명시를 하지 않았다면 일방적인 퇴거를 요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실제 계약서 상에는 계약기간 동안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는 문구는 존재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당장 사무실을 구할 수 없는 입장이었던 협회는 지역 유관기관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도움은 커녕 차가운 반응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다.

협회는 우선 대전복지재단에 현재 상황에 대한 중재를 요구했지만 대전복지재단 측은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대전복지재단 관계자는 “협회가 조금 더 머물 수 있게 배려해주면 좋겠다고 DPI측에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깊숙이 개입할 수가 없다”며 “계약서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당사자들끼리 작성한 것이어서 우리가 관여할 바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협회 측은 해당 구청인 중구청에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자신들의 업무가 아니다”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구청 관계자는 “협회와 DPI가 머물고 있는 사무실은 시에서 관리한다. 우리가 직접 시에 이야기 하는 것도 절차상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협회는 시에도 어려움을 토로하고 싶었지만 시 지원을 받는 다른 장애인 단체에 피해가 갈까봐 이 사실을 협회 후원자에게만 알리고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결국 협회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지난 4월 인근에 사무실을 얻어 이전했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장애인 입장에서는 열악한 사무실을 얻어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오늘도 이 협회 뇌병변장애우들은 장애인 화장실이 없는 건물 사정상 매번 주변 지하철 화장실을 이용하는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협회는 더불어 사는 세상임에도 구호에만 그치는 현실을 안타까워 했다.

정근식 대전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홍보본부장은 “복지재단이나 사회복지관련 기관들의 존재 목적이 우리 같은 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소외된 단체들을 위해 지역사회에서 발 벗고 나서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수습 김기운 기자 energykim@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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