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경 괴산군 산림녹지과 휴양단지팀장

5월, 푸름이 더없이 보드랍고 라일락 향이 더없이 향긋한 계절이다. 전국 방방곡곡 어딜 가나 신록과 꽃 대궐을 이룬 그야말로 꽃 세상이다. 특히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이곳 괴산군 성불산산림휴양단지에도 화단과 화분에 심어놓은 꽃들이 팝콘처럼 빵빵 터지고, 아름드리나무에서는 반짝반짝 예쁜 새순이 녹음을 발하고 있다.

화단 밖에는 누가 심거나 물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피고 지는 생명들이 있다. 산과 들에 자생하며 피는 꽃, 우리말로는 '들꽃'이라고도 부르는 녀석들이다.

어릴 적 흔히 봐왔던 야생화가 요즘엔 도시와 농장이 커지면서 국립공원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호해야 할 정도로 귀하신 몸이 됐다. 모진 비, 바람과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나는 이름 모를 들꽃들! 그러나 향기는 곱고 짙으며 누구에게나 잔잔한 감동을 안겨준다.

우리는 그저 바라보며 즐기지만 그들에겐 눈물의 결정체이며 시련을 이겨 낸 값진 열매였으리라… 그렇게 최선을 다한, 그리고 고난을 기쁨으로 승화시킨, 그래선지 나는 야생화가 매우 좋다.

성불산과 도덕산 자락에 위치한 이곳 성불산산림휴양단지에는 천연기념물 미선나무가 식재된 미선향테마파크를 비롯해 동화의숲, 생태숲학습관, 생태공원, 수석전시관, 자연휴양림, 캠핑장 등 다양한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시설 주변에는 때마다 각각 다른 종류의 야생화가 연중 피고지기를 반복한다. 특히 도덕산 중턱에 위치한 생태숲학습관 주변에는 365일 야생화 세상이다. 그래서 학습관 숲체험 선생님들은 시간 날 때마다 꽃차와 체험재료 준비를 위해 뒷동산에 올라간다.

올해도 3월 꽃샘추위를 이겨내며 피어난 생강나무꽃부터 시작해서 4월 고고하게 핀 산목련꽃과 분홍빛 진달래를 채취해 유리병마다 수북이 꽃차를 말려 놓았다. 체험활동에 참여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들이 꽃차를 한잔 씩 음미하다보면 어느새 그동안 말려 놓은 꽃차들이 금세 다 없어질 정도로 인기가 좋다.

창문 너머 바라보니 경북 대구시에서 체험할동을 온 아이들이 투박한 통나무 화분에 여린 야생화를 꾹꾹 눌러 심느라 작은 손길이 바쁘다. 집에 가져가면 사랑을 듬뿍 담아 애지중지 키우겠지.

더없이 화창한 5월 중순, 산림문화휴양관과 생태숲학습관을 지나는 산길에는 금낭화와 고광나무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생태공원 쪽으로 50m쯤 올라가면 연인의 길이 나오는데 이곳에는 쥐오줌풀이 무리를 이뤄 반기고 있다. 연못을 지나 수석전시관 입구에 올라서면 애기똥풀과 고산철쭉이 환하게 웃고 있다.

휴양단지 맨 꼭대기 팔각정 앞에 이르면 그야말로 야생초 화원을 방불케 한다. 탐스러운 매발톱꽃이 발톱을 살짝 드러내며 가녀린 미나리아재비꽃에게 사랑의 눈빛을 보내면 꽃잔디 사촌격인 앵초란 놈이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질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야생화가 350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야생화에 문외한인 필자가 성불산산림휴양단지에서 자라는 야생화를 소개하는 것이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겠지만, 어찌하랴 이렇게라도 성불산산림휴양단지에서 핀 예쁜 꽃들을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눈부신 晩春시절, 지금 바로 들꽃 보러 성불산산림휴양단지로 떠나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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