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희 대전시 공동체정책과장

내가 어렸을 때 내 책상 위에 빨간색 망토를 걸친 눈이 큰 오뚝이가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볼 때마다 툭툭 치고 다녔다. 그럴 때마다 까딱까딱하면서 오뚝이는 제자리를 찾아온다. 넘어뜨려보고 싶어 오뚝이의 머리가 책상에 닿을 때까지 눌러봐도 손을 떼면 바로 까딱까딱하다가 제 자리를 찾는다. 그 모습이 정말 유쾌해서 툭툭 칠 때마다 신이 났다. 그렇게 놀았던 오뚝이는 내가 성장하면서 주변 어른들로부터 어떤 상황에서도 발딱 일어나는 굳건한 의지의 상징물로 듣게 됐다.

2015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전국의 만 19~34살 15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청년의식조사’에서 ‘우리 사회는 노력에 따른 공정한 대가를 받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이 13.9%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86.1%로 나타났다. 또한 ‘우리 사회는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는 대답이 65.1%로 나타나 패자부활 지수가 100점 만점에 28.8점으로, 공정성 지수는 20.6점으로 활력, 자존감, 협동 등 다른 분야 지수들이 40점에서 60점대에 나타난 것에 비해 현격하게 낮은 지수를 보였다. 이 조사 결과가 청년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겠는가?

책상 위의 빨간 망토의 오뚝이가 넘어져도 일어나고, 또 일어나고 할 수 있었던 건 오뚝이의 가장 낮은 부분에 묵직하게 자리 잡은 중심축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다. 무엇인가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중심축은 안전한 주거, 다양한 지원체계 등 정책적 지원과 함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부정적 사회인식의 변화를 바꿔줄 수 있는 사회적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실패와 좌절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 실패와 좌절이 개인의 게으름과 허황된 꿈으로 인해 생기는 건 극소수의 일이다. 실패의 순간이 ‘성공의 어머니’가 되기 위해서는 실패를 통해 성찰하고, 분석하고, 다시 기회를 만드는 것을 지역사회가 함께 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대전시는 오는 21일부터 23일까지 3일간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실패해도 괜찮아’를 넘어 ‘한 번에 되는 게 어딨어?’라는 실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전환을 만드는 작은 시도로 ‘2019 실패박람회 in 대전’을 개최한다. 이 행사는 ‘실패를 감각하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실패에 대해 단순히 전달하거나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다양한 실패사례를 보다, 듣다, 말하다, 먹다로 나누어 경험들을 이야기하고, 재조명해 해법을 찾아보면서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마련했다.

개인의 실패와 관련한 다양한 의제에 대해 지역의 아마추어 웹툰 지망생들이 웹툰으로 제작하여 전시하는 실패웹툰전시, 실패에 대한 다양한 상황, 원인, 결과를 실물모형을 통해 체험하는 실패쌍안경, 3개의 디스플레이를 오가며 가상의 인물(캐릭터)에게 미션과 능력을 부여하여 의제를 해결하는 실패디스플레이퍼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실패를 경험하도록 준비했다.

‘실패’는 무엇인가 시도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경험이다. 이 경험이 포기가 아닌 반복된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 될 때 우리 사회는 풍요로워질 것이다. 이번 ‘2019 실패박람회 in 대전’이 ‘반복된 기회’를 만들어내는 인식의 전환이 일어나는 자리가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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