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천 대전시의회 의장

5월은 수식어가 참 많은 달이다. 가정의 달, 계절의 여왕, 신록의 계절까지 단어들만 보아도 무언가 풍요롭고 기분도 좋아진다. 달력을 보면 기념일도 참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이외에도 특별한 날들이 다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부부는 부부대로 기쁨을 찾을 수 있는 달이 5월이다.

5월은 그동안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이 모이기에 좋은 달이다. 자녀가 타지에서 가정을 꾸리고 제 삶을 살고 있어도 그저 매일같이 궁금하신 부모님은 자녀와 손주 볼 생각에 일찍부터 마음이 즐겁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꽃구경도 가고, 용돈도 받고, 맛있는 식사도 할 수 있어 좋지만, 실은 식구들 서로를 볼 수 있어서 그게 더 좋다. 아이들도 푸른 하늘, 따듯한 햇살 아래 가족과 함께 놀이공원도 가고, 갖고 싶었던 선물도 받는다. 모처럼 숙제와 학원에서 해방되며 그야말로 아이들 세상이 펼쳐진다. 한집에 살든, 떨어져 살든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밥 먹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은 요즘, 가정의 달은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달이다.

이렇게 오월의 일상들은 행복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안타까운 단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가정의 달이 되거나 기념일이 있어야 온 가족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현실이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어렸을 적만 해도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손자까지 삼대가 사는 대가족이 많았지만, 지금은 핵가족이 대부분이어서 예전처럼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저마다 바쁜 삶을 살아가느라 생활 공동체로서 가족 고유의 기능이 자꾸만 약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기능이 약해지는 원인은 또 있다. 바로 1인 가구의 증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약 562만 가구로, 전체 가구 중 28.6%를 차지한다. 2016년 540만 가구, 2015년 520만 가구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대전의 경우도 약 19만 가구로 31.5%를 차지하며, 전국 평균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인다.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2025년에는 세 집에 한집 꼴로 싱글족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면 가정의 주된 기능은 무엇일까? 가장 큰 기능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을 들 수 있다. 가정은 일과를 마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가는 안식처이자 에너지 충전소다. 그렇기에 가장 편안한 공간이다. 사랑하는 가족도 함께 있다.

우리는 아무리 힘든 날도 사랑하는 배우자와 토끼 같은 자녀들의 응원이 가득한 가정에서 다시 힘을 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행복을 키우는 곳이 바로 가정인 것이다.

두 번째로는 돌봄과 교육의 기능이다. 가정은 인간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가장 작은 사회이다. 우리는 가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양육되고 보호를 받으며 가치관도 형성되고 사회의 규범과 도덕을 배운다. 하지만 점차 사회가 변화하면서 이러한 기능의 일부는 전문 기관으로 맡겨지고 돌봄과 교육의 역할도 크게 줄어들었다.

이러한 가족의 기능 약화는 가족 간의 소통을 단절시키고 가정 폭력, 우울증과 자살률 증가 등의 여러 사회 문제를 불러왔다. 이로 인한 가족 위기와 해체도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가정에서 마땅히 보살핌을 받아야 할 영유아, 청소년, 노인, 장애인 등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채, 범죄에 노출되기도 한다.

얼마 전 광주에서 발생한 의붓아버지의 10대 의붓딸 살해 사건도 이러한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5월은 챙겨야 할 날들이 많기도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달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자녀와 사랑스런 아내, 듬직한 남편이 곁에 있고, 언제나 자식 바라기인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 스스로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되는 때가 바로, 오월이다.

‘모든 일은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뜻의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은 가정의 중요성을 잘 말해준다. 가정이 건강하면 우리 사회는 더욱 건강할 것이고, 가정이 행복하면 지역사회 또한 행복해질 것이다. 행복한 대전 역시 시민의 행복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시민 모두가 가정(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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