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출신으로 UN사무총장이라는 막강한 자리에 올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반기문(潘基文)외교부장관은 10월 28일 그의 고향 충주를 찾았다.

소년시절 학교 다녀오면 소를 몰고 풀을 뜯기던 농촌 출신 반장관은 자신을 키워준 고향사람들의 환영식에 참석해 몹시 감격해 했다. 그의 고향방문은 특히 청소년들에게 꿈을 갖게 했다.

같은 날 DJ(김대중 前대통령) 역시 고향을 찾았다. 목포역 광장 환영대회에는 대전출신 김원웅의원 등 국회의원, 시민 3000여명이나 모였고 DJ가 "대통령, 노벨 평화상 등 모든 영광을 전라도의 여러분께 바친다"고 하자 환성이 터졌다. 모두 함께 '목포의 눈물'을 합창하기도 했고 유달산을 오르며 감회에 젖기도 했다.

다음 날 전남도청을 방문한 DJ는 이충무공(李忠武公)의 말을 빌려 '무호남 무국가'(無湖南 無國家 -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방명록에 썼다.

본인의 의중이야 알 수 없지만 DJ의 이번 호남 방문은 바로 이 장면에서 클라이맥스가 이루어진다.

사실 DJ입장에서는 8년동안 8조원 가까이 북한을 지원한 햇볕정책·포용정책의 결과가 북한의 핵실험 앞에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음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을 것이다. 덩달아 노벨평화상마저 저울대에 올려질지도 모를 상황이다.

그는 북한이 핵실험을 해도 국민들이 동요하지 않는 것은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러나 비판론자들은 햇볕정책으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경계심, 안보의식이 해이해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DJ로서는 마땅하게 떠오르는 여권의 대권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는 것에 대해 어떤 액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는지 모른다. 특히 바닥을 헤매는 열린우리당의 해체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대선카드로 외부영입의 시나리오도 등장하고 있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정권재창출과 자신을 지켜줄 수 있는 것. 그것은 호남의 재결속이 아닐까? 그래서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는 그 한가운데는 DJ가 있지 않을까?

더욱이 DJ가 열린우리당 사태에 '분당 책임론'을 거론한 것은 이와 함께 맥을 같이 하는 여권의 정계개편 신호탄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DJ와는 달리 민주당 중심의 정계개편 또는 열린우리당 내부에서 일고 있는 창당 목소리가 가져올 지역적인 분할구도를 반대하고 있고 그에 대응이라도 하듯 이해찬 前국무총리, 문재인 전청와대 민정수석 등 정무특보단을 무더기로 임명했다. 노대통령을 하늘처럼 모시던 사람들이 등을 돌리는 판에 어쩔수 없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는 것이다.

결국 리모델링을 통한 노무현식 열린 우리당 사수, 천정배·정동영 등의 헤쳐 모여식 신당 창당, 민주당 중심의 개편…. 그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이 현직 대통령이 아니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직 대통령에 쏠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호남을 흔들게 되고 호남을 흔들면 영남도 흔드는 것이 된다. YS(김영삼 前대통령)도 '반DJ운동'에 나설 것이고 TK(대구·경북)가 뭉칠 것이다. 결국 고질적인 '지역분할'의 현상이 유령처럼 나타나는 것.

그러면 충청도는 무엇인가. JP도 지난 주 박정희 前대통령 추도식에서 내년 대선에서의 어떤 역할을 암시했다. JP가 아니어도 DJ의 활동은 충청도에까지 과거 녹색 바람처럼 지역 바람을 일으킬지 모른다. 그는 그것을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과거 대선에서처럼 충청도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무충청 무대권'(無忠淸, 無大權 - 충청도가 없으면 대권도 없다)이라는 말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DJ가 충청권 중심의 정치를 강조해 온 심대평(沈大平) 대표에게도 역설적으로 주가(株價)를 높여줄지 ―두고 볼 일이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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