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일보 손문상
첫째야, 어서 밥 먹어라. 밥이 모래알 같아도 꾸역꾸역 먹어야 혀. 배가 든든해야 공부도 잘 된다. 굶어가면서 공부하던 시절은 지났어. 올해만 해도 벌써 3년째 아니냐. 올핸 어떻게 해서라도 그럭저럭 회사 들어가야지. 기왕이면 철밥통인 공기업이나 공무원에 붙어서 동네 입구에 현수막 걸어보자. 아버지도 자식 덕분에 목에 힘 좀 주고 다녀야지.?

둘째야, 너도 어서 밥 먹어라. '먹고 대학생'이란 말도 옛말이다. 공연히 있는 집 자식들 따라다니면서 놀고다니다간 후회막심이다. 청춘의 낭만이니 시대를 고민하는 젊은이니 하는 말에 현혹되지 말고 그저 쳐박혀서 공부하는 게 남는거다. 밤 늦게까지 도서관에서 버티려면 많이 먹어둬야 한다.

여보 마누라야, 반찬이 이게 뭔가. 공부하는 아들놈들 영양에 신경 좀 써야지. 뭐라고? 추석물가 때문에 찬거리 가격이 만만치 않다고? 그려그려 내가 술을 줄이고 담배를 끊을 게. 그러니 저놈의 세금고지서는 제발 눈앞에서 안보이게 좀 해줘. 어이구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오늘은 일거리가 좀 있을런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어디는 경비원만 해도 내 나이정도 되면 연봉이 1억이라든디. 나는 연봉 1억 안줘도 좋으니께 그나마 경비원 자리라도 하나 났으면 좋겄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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