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 충남대학교 교수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논란이 몇달 째 이어지고 있다. 정확한 판단에 의한 결론이 중요한데, 주권침해와 정치적 공방으로 변질되면서 군사적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할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게다가 내년 대선 전략으로 연계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어 걱정된다. 이제라도 국민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전작권 환수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양분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에서 내세우고 있는 가장 주된 환수 이유는 국가의 자주성과 민족의 자존심 확립이다. 전작권은 자주국방의 핵심이며, 자주 국방은 주권 국가의 핵심이어서 실리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면 다소의 비용을 치루더라도 꼭 갖추어야 될 국가의 기본 요건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주 국방능력, 전시 증원 전력,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 등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환수를 반대하는 역대 국방장관들과 예비역 장성, 학자와 군사전문가들은 안보가 취약해질 것을 크게 우려한다. 전작권이 환수 될 경우 전시증원 전력의 투입에 차질이 있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 체제에서는 연합작전계획에 따라 미 증원 전력이 자동 투입된다. 하지만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전작권이 없는 미국으로서는 국익의 실리가 없고 반전여론마저 있다면 이를 무릅쓰고 대규모 증원 전력을 한국에 투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한미 독자사령부의 작전 효율성도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과연 누구 말이 옳은가?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국민들로서는 또 하나의 정당 간 논쟁 정도로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다. 식자들 간에도 의견은 양분되어, 자주권과 연계하는 층과 자주국방 능력의 여부 차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두 부류로 나뉜다. 정부에서는 우리 군의 전쟁 수행 능력을 미국 수준으로 보강 중이고, 2010년 지상작전사령부 창설로 독자적 전쟁 수행을 위한 기반을 구축 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2012년을 환수시기로 미 측에 제안하고 있다.

그러나 역대 군 수뇌부들의 견해는 2012년까지 우리 군의 충분한 대북억지력 확보는 힘들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각기 다른 의견도 중요하고 논란이 나쁜 것은 없지만, 판단과 주장의 기준이 되는 문제의 본질을 보는 관점만큼은 전적으로 국익차원을 벗어나서는 안 된다.

전작권 환수와 관련한 정부차원의 대국민 설명 노력은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듯하다. 설득력도 부족하다. 일예로 전작권 환수문제의 핵심은 한미연합사인데, 한미연합사의 운용체계는 군사 비밀이라 공개되지 않아 그 실체가 막연하기만 하다. 따라서 환수 이후 한미 군사 지휘관계에 따른 변화를 역대 군 수뇌부의 견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전작권 논의가 진보와 보수 간의 자주와 반자주 논쟁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전작권 논의를 자주와 반자주 차원으로만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하다. 반대 의견을 사대주의적 생각으로 확대 재생산 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자기 이익에 맞는 것이 진정한 자주라는 황장엽씨의 주장도 가슴에 와 닿지만, 정작 두려운 것은 자주 반자주 논리를 확대 연장해 어느 정당에서 내년 대선 정치도구로 삼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경제체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으로 하는 대한민국에 또 다시 좌·우파 이념 성향으로 갈라져 대립하게 되는 형국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작권 문제는 독자적 전쟁 수행능력과 북한 위협에 대한 단독 대응능력 측면의 군사적 관점에서의 논의가 최우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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