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로 부터 존경을 모으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총장직을 훌훌 털어 버리고 경제학을 가르치는 평교수로 돌아와 강단에 섰다.

처음 강단에 선 날 정부가 화려한 색깔을 총동원해 발표한 '비전2030'에 대해 쓴 소리도 했다.

"나는 그것이 20대와 30대에 대한 프로젝트인 줄 알았다…"

참 멋있는 학자다. 그가 더욱 멋있게 보이는 것은 총장 재선을 사양하고 장관, 서울시장, 대권주자… 등등 정치권의 손짓을 단호히 거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대전에는 대학총장들 가운데 정치판에 기웃대다 실패한 사람이 유독 많다.

A총장은 총장으로 오기전에 전국구 의원을 지냈는데 거기 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총장을 그만 두고서도 정치의 미련 때문에 계속 정당대회가 있으면 무대에 올라가 두 손 번쩍 들고 만세 부르는 장면이 최근 까지 있었다.

B총장은 총장이 되기전 정권이 바뀔때 마다 국회의원 공천 운동을 했으나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고 총장이 되고서는 단념 해버렸다.

C총장은 당시 정치권 황태자로 불리던 K씨에게 명예박사학위를 주는가 하면 학교밖 단체활동에 열심히 뛰어다녀 '정치총장' 소리를 들었다. 결국 공천 까지는 받았으나 낙선.

D총장은 총장재직중 지방자치단체장에 출마, 성공을 거두었으나 재선에는 실패, 재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F총장과 G총장은 퇴임후 정당에 중요 직책을 맡으며 정치활동을 폈으나 지금은 거의 은퇴 상태다. 이렇듯 우리 지역 대학총장 출신 인사들의 정치전업은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다.

요즘은 모 국립대 총장이 대권주자의 한 사람으로 거론되는 고건(高建) 전 총리의 한 단체에 공동대표로 참여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인은 정치활동이 아닌 순수 시민운동에 참여한다는 주장이고 '국립대 총장'으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많다.

정말 대학총장은 무엇인가? 일약 장관급으로 신분이 격상되어 많은 봉급과 장관들이 받는 퇴직금까지도 혜택을 누리는 욕심나는 자리임에는 틀림 없다. 그리고 나아가 그 명예는 정치권 진입의 유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수년전 이야기지만 어느 중소도시에 소재한 대학에서는 부인이 치과의사인 교수가 총장에 출마했다. 교수의 부인은 열심히 교직원과 그 가족에게도 치과치료봉사를 했다는 것이다. 이빨을 고쳐주고 심지어 값비싼 이빨의 인프라까지 무료로 해주었다는 것인데 결국 그는 총장에 당선됐으나 정부의 최종 임명단계에서 심의에 걸려 떨어지고 말았다는 것.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스런 일이다.

이런 특별대우, 신분상승 때문인지 대학마다 총장선거가 시끄럽다. 물론 배재대학처럼 목전에 선거를 두고도 페어플레이가 잘 되고 있는 대학도 있지만 총장 선거제가 있는 우리 지방 많은 대학들이 선거로 인한 홍역을 치루고 있다.

어느 대학의 경우 아직도 총장선거가 2년 이상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7~8명이 거론되고 있고 그 가운데는 비공식 선거캠프 까지 가동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 캠프가 마련되고 자기 사람 줄을 세우며 교수님과 그 가족들의 이빨 치료를 서비스해 주는 정치판 뺨치는 상아탑-선거 자금 때문에 무리한 방법까지 동원하는 등 이 타락의 현상이야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학문을 닦고 제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교수가 연구실을 지키지 않고 선거운동에 매달린다면 대학을 위해서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같은 교수를 찾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그리고 대학총장 직선제의 폐단과 역기능을 지적하며 선출방식의 합리적 개선을 촉구한다. <본사 회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