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 회장

아프리카 초원 동물 세계에 하이에나가 득실거린다면 대한민국의 개발지에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득실댄다.

대통령 별장 '청남대'가 있는 대청댐 주변이 요즘 그렇게 투기꾼들의 승용차가 하이에나처럼 몰려다니는 모양이다. 여기에다 카페를 짓고 술집, 대형 식당, 노래방 등을 지으면 돈벌이가 된다는 계산이다. 어쩌면 그 말썽 많은 러브호텔까지도.

그렇게 해서 쏟아지는 쓰레기와 오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더욱이 대청댐에 유람선을 띄운다면 어떻게 될까? 대전, 청주 등 450만 충청인의 젖줄임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정부는 청남대를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했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당장 청남대를 관리하는 데 20명 이상의 직원이 필요하다. 그 많은 인원의 직원에게 급여가 주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또 있다. 그동안 연간 수십억원에 달하는 관리비를 정부에서 부담해 왔는데 앞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야 한다. 지방자치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 지방재정이 열악하다는 것인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대전시가 시민 세금이 부담스럽고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시장 관사까지 내놓는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관사를 내놓는 경향도 그런 때문이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도 좋은 교훈이다.

'93 대전엑스포'가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모두들 그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착각했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엑스포과학공원을 대전시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은 왕따를 당할 판이었다. 하지만 지금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고 있는가?

대전시는 어떻게 하든 이것을 살려 보려고 온갖 노력을 다 기울여 봤고 전문 경영인도 영입해 보았다. 그러나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고 오히려 엑스포과학공원을 위탁관리했던 업체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207억원이나 배상해야 할(대법원의 판결이 남아 있지만) 지경이 됐다.

사실 청남대는 화려하지는 않다. 수도꼭지는 황금으로 되어 있지 않았고, 낚시터는 대통령이 낚싯줄을 드리우면 잠수부가 낚싯바늘에 고기를 끼워 주는 낚시터도 아니다. 그러나 매우 아름답게 가꾸어졌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푸른 물을 끼고 백송, 주목, 붓꽃, 꿀풀, 애기백일홍, 은방울꽃 등 100여종의 토종식물과 많은 야생화가 잘 어우려져 있고 토종 양어장, 본관, 정원, 파고다 쉼터로 이어지는 2시간 코스의 산책길은 너무 좋다. 나라 안팎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대통령이 복잡한 서울을 떠나 이 길을 걸으며 국정구상을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미국 대통령의 캠프데이드 별장처럼 외국 국가지도자들과 깊은 대화도 하고 때로는 외국의 영향력 있는 거물 바이어들도 초청한다면…. 그것이 요즘 유행하는 '국익'에 부합되는 것 아닌가? 대통령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고기를 낚는 게 아니라 국가의 번영을 위한 구상을 낚는다면 더 큰 '국익'이 되지 않겠는가.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7일 청남대에서 있은 3당 대표와의 삼겹살 파티에서 "헬기 타고 내려다보니 이렇게 좋을 줄 알았으면…" 하고 '청남대 반환'에 대해 아쉬움을 농담조로 말했다고 한다. 또 대통령은 "상생(相生)이 잘 안될 땐 상생을 위해 각당 대표님을 모시고 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런 뜻에서 청남대를 지방자치단체에 돌려주고 개방을 하더라도 '대통령의 공간'이 있었으면 어떨까? 경호가 문제겠지만 미국 백악관이나 영국 총리관저도 울타리까지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다. 그리하여 주민들 재산권과 생활의 제약을 100% 풀어주고 상수원도 보전하며 청남대 관리에 따른 예산은 정부에서 담당하는 좋은 방안은 없을까? 누이 좋고 매부도 좋은 방안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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