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원래 이름은 '김대중(金大仲)'이었다. '仲'(버금 중)이 '中'으로 바뀐 것.

자신이 선거 때 토론회에서 밝힌 것으로는 청년시절에는 사업에 실패했고 정치에 뜻을 두고는 계속 낙선을 하자 '仲(중)'을 '中(중)'으로 개명을 했다는 것이다. 이름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그 뒤 바로 국회의원에 당선되었고 대통령도 되었다. 그러나 성명학적으로는 획수가 퇴임 후 고독하게 되는 아쉬움이 있다고 한다.

정말 이름이 그렇게 운명을 좌우할까? 유난히 우리 나라 사람들은 이름에 필요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요즘 '공주(公州)'가 이름 때문에 뜨겁다.

'공주(公州)'대학이 앞으로 미래를 열어가고 중부권을 아우르는 대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공주(公州)'라는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며 교명 개명작업에 착수했다.

그러자 공주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시의회가 들고 일어났고 시민단체도 반대에 나섰다. '공주(公州)가 어째서 나쁘냐?'는 것. 그 오랜 역사와 애정이 발목을 잡는 것이다.

며칠 전 한 모임에서도 이것이 화제가 됐다. 포항공대는 지방의 작은 도시 이름인데도 우리 나라 최고의 공과대학으로 전국에서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과거 공주사범대학도 '공주'라는 소도시 이름이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들었고 세계 명문 옥스퍼드나 스탠포드… 등등 다들 지방도시 이름이 아니냐는 반론이었다.

문제는 이름에 있지 않고 내용에 있다는 결론으로 끝을 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뜻밖에도 화제가 반전되어 현대사에 우리 충청도를 욕되게 한 '오적(五賊)'이야기가 나왔다.

오적 - 정말 거론하기도 민망한 이야기다. 흔히 1905년 나라를 일본에 팔아먹은 '을사보호조약'의 5명 주역들을 역사는 '오적'이라고 말한다. 이완용(학부대신), 이지용(내부대신), 이근택(군부대신), 박제순(외부대신), 권중현(농상공부대신) 등등.

'오적'이 더욱 유명하게 된 것은 1970년 5월 '사상계(思想界)'잡지에 김지하 시인이 '오적'을 발표하고 서다.

김지하 시인은 우리 나라 대표적 권력층의 부패를 을사보호조약의 '오적'에 비유해 날카롭게 풍자함으로써 큰 파문을 일으켰다. 자신은 구속되고 '사상계(思想界)'는 폐간되었다.

여기에 등장하는 '오적'은 국회의원, 재벌,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 이들 다섯 도둑들이 서울 한복판에서 도둑질대회를 벌이는 내용으로 담시(譚詩)라는 기법을 통해 당시의 한국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다.

그런데 우리 충청도에 '오적'이 있다니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었다. 우선 그 대상이 누구인가가 궁금했다. 그의 대답은 다섯명 가운데 4명이 정치인. 1명은 과학자였다. 모두가 생존해 있고 대부분 활동 중인 사람들이어서 여기에 실명을 밝힐 수는 없다.

그러면서 그는 "대전·충남을 이끄는 지도층 인사들은 잘못하면 누구나 '오적'의 대열에 낄 수 있으니 이 어려운 때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이 모든 그분의 이야기는 충청도의 명예와 정신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러 나왔을 것이다. 사실 그렇게 단정적으로 '오적'의 낙인을 찍을 수는 없다. 또 먼훗날 오히려 공신(功臣)일 수도 있다. 그리고 충청도를 욕되게 하고 정치발전, 나아가 역사에 누를 끼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다섯도 넘을 수 있고 또 계속 나올 수도 있다.

정말 당신은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충청인으로 기억될 것인지 생각해 보자.

?<본사 회장>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