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뒤편… 속세여 잠시 뒤로!

▲ 절 입구에 있는 현판으로 박정희 정권시절 국무총리였던 김종필씨가 쓴 글씨다
차령산맥 기슭에 아름다운 터를 이룬 청양은 산세도 좋고 나무도 울창하게 자라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충남의 알프스란 별명이 붙을 만큼 산속에 위치한 벽지인데 칠갑산은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그 산속에 있는 아흔아홉구비의 계곡은 눈을 의심하리 만큼 아름답다. 마치 생선비늘이 잘 조화되어 붙어있는 것처럼 보이는 칠갑산 계곡은 그야말로 지상에 하나밖에 없는 선계(仙界)라 할 수 있다. 칠갑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 장곡사, 그만큼 오늘의 문명에 훼손되지 않은 절이다.

▲ ◀칠갑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 장곡사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두 개의 대웅전이 있는 기이한 절이다. 천상과 지상을 잇는 법열의 도량으로 국보 2점과 보물 4점, 유형문화재 1점 등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사진=구연길 자유사진가
장곡사는 통일 신라 때 보조선사(804~880)가 창건한 절이다. 이 절에 대한 문헌 기록으로는 3가지가 전한다. 장곡사 상대웅전을 중수한 칠갑산 장곡사 금당 중수기가 있다. 1777년에 쓴것이고 보면 가장 최근의 것이고 장곡사 철조여래상복장중수기가 1695년에 만들어졌다.

또한 장곡사 금동약사여래복장축원문이 있는데 이는 태정(太定) 3년(고려 충숙왕 13년)에 간행된 금강경에 들어 있어서 불상의 연대를 알게 한다.

장곡사에는 다른 절에서는 볼 수 없는 두개의 대웅전이 있다. 한국 건축사상 중요한 두 개의 사찰이 한 곳에 놓여있는 역사적인 가람이다. 경사지에 자리잡아 작은 마당을 중심으로 누각과 승방, 그리고 법당으로 이루어진 하대웅전이 있는가 하면, 법당과 응진전이 나란히 서 있는 상대웅전이 있다. 아래위 두 법당에는 각각 대웅전이라는 현판이 달려 있어서 한 절에 두개의 대웅전이 있는 기이한 모습이다.

▲ 장곡사 상대웅전(보물 제162호) 건물은 기둥과 보는 고려 건물양식이고, 연목과 공포 등 작은 부재는 조선중기 양식이어서 한국 건축사에서 주목되는 건물이다.
보물 제181호인 하대웅전 구역은 운학루(雲鶴樓)를 들어서야 펼쳐진다. 대웅전과 설선당(說禪堂)과 봉황각이 있다. 하대웅전 내에는 보물 제337호로 지정된 금동여래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이 불상 속에서는 복장유물이 발견되었는데 고려 후기(1346년)에 조성된 불상임이 입증되었다. 이 약사여래는 목에 삼도가 있고 머리는 나발이며 손에 약단지를 든 고려 불상의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약사여래를 모신 불전을 약사전이라고 하는데 대웅전이라 부르는 것은? 옛날에 석가불을 주불로 모시고 약사여래와 아미타불을 좌우에 모셨던 삼존불 체계의 불전에서 석가불과 아미타불이 없어지고 약사불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대웅전에서 50m쯤 올라가면 상대웅전이 있다. 보물 제162호로 지정된 이 건물은 기둥과 보는 고려 건물양식이고 연목과 공포 등 작은 부재는 조선중기 양식이다. 고려 건물을 조선중기에 수리하면서 변형시킨 것으로 보인다. 중수기에 의하면 불전 내에는 석불 2구, 금불 3구가 안치되었고 동쪽벽에는 오도자(吳道子)의 불벽화가 있었다고 한다. 현재는 철불 2구와 소조불 1구가 있으며 석불 2구는 없다.

상대웅전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하는 화엄신앙의 불전으로 비로전이거나 대적광전이나 대광명전으로 불러야 옳다. 그런데 대웅전으로 부르는 것은 좀 이상하다. 이것은 후대에 변경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곳에 있는 철불은 높이가 61㎝, 높은 석조좌대(165㎝) 위에 앉아 있다. 비로자나불인데 오른쪽 어깨가 벗겨진 법의(法衣)를 입고 있다. 상체는 짧고 무표정한 얼굴이다.

▲ 설선당
또하나의 철불은 91㎝로 상, 중, 하의 3단형 불단위에 앉아 있다. 이 불상은 신라의 철불조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국보 제58호로 지정되어 있다. 약사여래였다는 이 부처는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다.

장곡사는 국보 제300호인 미륵불괘불탱화를 비롯해 국보 2점과 보물 4점, 유형문화재 1점 등 보기드물게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약사여래 기도도량으로 유명하다. 절 입구에 들어서서 주변을 살피다 보면 절방 문틀 위에 '장곡사'란 현판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 보면 김종필(金鐘泌)씨가 박정희 정권 시절, 국무총리를 할 때 무슨 연유로 이 절에 와서 썼는지 알 수 없지만 눈에 설지 않게 쓴 글씨를 만나게 된다.

▲ 하대웅전(보물 제181호)
청양은 충남에서 가장 산골에 위치한 작은 고을이어서 더욱 애착이 가는 고장이기도 하다. 그래서 장곡사는 세속과는 아주 먼 위치에 있는 것만 같다. 그 만큼 산속에 자리잡았다고 할까.

세상의 번거로운 일로 감당하기 어려울 때 이 절을 찾으면 새로운 세계가 열릴 것만 같다. 한때 젊은가수가 부른 '칠갑산'으로 이곳이 유명해졌지만 칠갑산에는 백제의 왕도였던 부여의 북방을 지키던 자비성(慈悲城), 일면 도솔성의 성터가 남아있다.

칠갑산 장곡사는 산과 산으로 연속된 깊은 산중에 천상의 설법장과 지상의 설법장을 만들어 놓고 내세의 행복을 꿈꾸던 조상의 지혜가 돋보이는 절이다.

▲ 맨왼쪽이 보물 제174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왼손 검지를 곧추세워놓고 오른손으로 감싸쥐는 지권인이다. 가운데는 국보 제58호 철조약사여래좌상. 대좌가 압권이다. 오른쪽은 하대웅전에 봉안되어 있는 보물 제337호 금동약사여래좌상. 고려 후기에 조성된 불상임이 입증되었다.

? ?
?
? ?
?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