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대법원장, 국정원장이 호남출신이고 청와대는 부산출신이 접수하다시피 했다. 어디를 봐도 큰 자리에 충청도 사람은 없다. 이것이 다 충청세가 약해서 그렇다고 한다.

억울한 노릇이다. 억울하면 출세하라지만 그러나 충청도 색깔은 자꾸만 빛바래니 어찌하랴.

대전만 해도 충청도 색깔이 엷어진지 오래 됐다. 그런데 지난 5·31 지방선거에 나타난 충청도 득표상황을 지도에 그려보면 충청도 탈색(脫色)이 충남·북에 걸쳐 넓게 번지는 현상을 발견한다.

충청도의 최남단 영동, 옥천, 보은과 최북단 서산, 당진 군수는 열린 우리당이 차지했다.

충남 서북부와 大田은 한나라당이 석권했다. 언론은 이것을 '황금분할'이라 썼고 사람들은 타지역처럼 한 당이 휩쓸지 않는 균형을 보임으로써 역시 '충청도 양반'이라 했다.

가장 눈여겨 볼 것은 천안, 아산, 예산, 홍성, 보령, 부여의 시장 군수가 모두 한나라당인데 그림을 그리면 묘하게도 차령산맥을 따라 한나라당의 파랑색 띠(벨트)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벨트가 충남에서 가장 산업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인구도 급속도로 늘어나 충남인구의 57%를 차지하는 곳이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면 이미 수도권의 대기권에 들어가기 시작하여 전통적 내포문화권의 충청도 마인드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천안에는 외국인 전용공업단지를 비롯, 수많은 공장들이 와있고 그 직원들 주류는 서울에서 모여들었다. 천안은 전국에서 시단위로 가장 많은 대학이 밀집해 있어 기네스북에 올라야 할 지경이다. 그 대학 구성원들 역시 대부분 수도권이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전철이 달리고 앞으로는 아산, 신창까지 연장된다. 서울시 천안구란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니 '충청도 정서'를 호소하며 선거에 뛰어든 국민중심당이 이곳 '벨트'에서 고전할 수 밖에 없었다.

아산 둔포에 71만평이 넘는 전자정보집적화단지가 조성된다. 2008년부터 연간 매출액이 10조에 이르고 고용인원도 1만 2천명이 넘게 된다.

이미 시작한 세계최대의 아산 탕정면 일대의 삼성 LCD단지와 함께 충남의 경제지도가 바뀐다. 행정구역만 충남이지 경제적 지도는 대한민국 심장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그래도 충청도 정서를 최후의 보루처럼 가지고 있는 그래서 국민중심당이 선전했던 공주, 연기지역도 행정복합도시가 세계적인 21세기형 모범도시로 건설되어 정부 각부처가 입주하면 충청도 정서가 서서히 화학반응을 일으킬 것이다. 그때는 충청남도 행정복합도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행정복합도시가 되기 때문이다. 대덕 연구단지 특구가 활성화 되면 대전 역시 또 변할 것이다.

서울-대전을 50분대로 단축시켜 버린 KTX 고속철도, 그리고 서해안 고속도로 역시 충청도의 고유한 정서를 흔들어 놓고 있다.

이미 천안대학은 '天安'색깔을 버리고 백석대학으로 이름을 바꿨고 공주대학교는 '公州'라는 한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미래의 생존을 위해 학교 이름을 바꾸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점점 전통적 개념의 충청도는 사라지고 다양한 출신과 기반을 갖고 모여든 '충청도 합중국'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렇듯 전통적 충청 정신과 이땅에 새롭게 불어오는 변화의 바람을 어떻게 창조적인 충청도 에너지로 승화할 수 있는가, 누가 그것을 할 수 있는가, 그 정당은 어디 있는가, 이것이 결정적 키 포인트다.

앞으로 있을 모든 선거 - 대통령 선거 까지도 (그리고 앞으로 있을 정계개편도) 퇴색하는 과거집착의 '지역색깔' 보다 문화와 정치, 경제가 실질적으로 타지역을 압도할 '충청도 에너지' 그 세를 이룰 인물을 찾을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충청'세'가 형성 되면 충청도는 억울하지 않다.

?<본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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