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이달 초, 군 고위간부가 상황설명을 하면서 '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2004년 국방백서에 그동안 북한을 대상으로 삼았던 '주적'(主敵)개념을 삭제한 이후여서 새삼 느낌이 달랐다.

수도원의 한 기도서에는 '보이는 적과 보이지 않는 적으로부터 보호해 줄 것'을 간청하는 대목이 있다.

정말 눈에 보이는 적 보다 보이지 않는 적이 더 무서울 수 있다. 적은 분명 있다.

최근 국방과학연구소(ADD)를 방문 했었는데 많은 방위 장비와 첨단 무기들이 수준 높게 개발되고 있음을 보고 북한 미사일로 불안했던 마음이 든든해 짐을 느꼈다.

적이 없다면 이런 장비와 무기들을 개발할 필요가 없다. 개발은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며 그것이 인류역사가 걸어 온 길이다.

그런데 이런 국방연구 개발들의 첨단 기술이 몰래 빠져 나간다면 얼마나 허황될까? 여기에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에는 여·야도 없고 노·사도 없다.

금년들어 국정원 대전지부가 국방과학연구소와 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중요한 핵심기술이 해외로 빠져 나가기 직전에 적발, 사법처리케 한 것이 그 좋은 예다. 만약 그 기술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면 국익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을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국정원이 경제안보에 무게를 두고 변해야 하는 구체적 모습을 보여 준 사건들 이었다.

특히 KAIST, 생명공학연구소, 선박연구소 등 주요 연구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대덕연구단지는 우리의 국가적 두뇌다. 그래서 이곳을 노리는 보이지 않는 적이 참으로 많다.

핵심 산업기술(국방산업을 포함하여)을 빼내는 전쟁에는 우방도 없다. 손바닥안에 들어 갈 조그만 디스켓 하나에 엄청난 국익이 달려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국정원의 정보역량을 어디에 쏟아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이와 같은 국정원의 정보역량은 과학산업기술의 유출 차단에 끝나지 않고 중국처럼 우리의 지적재산권이 자주 침해당하는 나라에서의 동향, 특히 '첨단기술보호동향'등을 수집하여 정부관계부처에서 대책을 세우게 하는 적극적인 자세전환도 평가할 만하다.

심각한 사이버 테러로 부터의 보호체계를 마련하기 위한 지역 사이버안전협의회를 만든 것도 그런 것의 일환일 것이다.

정말 이런 변화와 혁신은 대통령도 높이 평가했지만 환영할 일이다.

금년초 천안지역에서 유달리 강력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국정원 대전지부는 천안의 인구급증에 따른 사회병리적 모순 등 원인과 대책을 모아 유관기관에서 범죄예방과 대책에 활용하도록 했다.

정보역량을 타기관과 공유하면서 지역민생안정에 도움을 주는 사례라 하겠다.

과거 정보기관들이 외면했던 서비스 정신이다. 사실 이런 것들이 국민들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보'다. 그리고 그동안 존재했던 권위적 모습에서 지역민에 다가서는 자세의 변화다.

요즘들어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야 산다'고 강조들 하고 있다. 기업도 그렇고 특히 우리 공직자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화두에서 떠날 날이 없지만 그 탈을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다.?

특히 과거 힘을 누리던 기관의 변신은 더욱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국정원의 지방단위 기관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에 '혁신'의 답을 얻는다.

혁신은 멀리 있지 않고 아주 가까이에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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