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진 레저스포츠부장

문화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협의회장 승인 거부 논란으로 체육계가 뜨겁다. 급기야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법정 공방까지 운운되고 있다.

발단의 표면적 이유는 비교적 간단하다. 생활체육협의회는 한나라당 이강두 의원을 회장 후보로 추천했고, 문화부는 "정치인은 생활체육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재추천할 것을 통보했다. 추천과 승인의 견해가 다른 데 대한 조율이 필요할 뿐이다.

그러나 공방는 그리 간단치 않다. 전국 16개 시·도 생체협 회장단의 승인 촉구 성명이 촉발되고, 후보추천위 규정에 `후보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삽입한 배경을 놓고 문화부의 `압력성 요구'가 거론되고 있다. 지역 체육계 역시 '이중 잣대'라는 비판에서부터 '관행 답습'이라는 주장까지 분분하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한 '갑론을박'은 세인의 입담에 오르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당 소속 의원이 정치적 중립성 때문에 출마를 포기했다"고 반박한다. 한나라당은 "체육단체의 자체 결정을 뒤엎는 문화부의 일관성 없는 자세는 안된다"고 성토한다.

비정치단체인 생체협 회장 자리를 놓고 난데없이 여야간 공방으로 확산된 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민간체육 부문에서 가장 큰 단체 회장 자리가 '선거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숨겨져 있다. 여당은 비정치권 인사를 선임해 우호적 분위기를 이루겠다는 의도이며, 야권은 이를 막고 자당 인사로 포진할수 있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엿보인다. 공약이나 말싸움이 아닌 몸으로 민의의 총의를 이룰수 있는 스포츠, 그것도 생체협이라면 군침을 흘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지사 일지 모른다.

전두환 정권시절, 국민으로 부터 정치적 관심과 이슈를 돌리기 위해 이른바 3S정책을 표방하며 프로스포츠 발족, 올림픽 유치에 사활을 걸었던 것은 스포츠 우민화정책의 대표적 사례다.

생체협은 지난 91년 창립, 현재 등록회원수만 300만명에 달하는 거대 조직이다. 그동안 당적을 갖고 활동해 온 생체협 회장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며, 전국 16개 시·도 생체협회장들 중 대다수가 정치권 인사들이다. 대전·충남북 가맹단체 수장들도 당적을 갖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다툼의 해법은 원론에서 부터 나와야 한다. 복잡한 문제는 기본에 충실할때 풀 수 있다. 체육계 내부의 자성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는 이야기다. 그동안 체육은 정치 논리에 휘말려 자의든 타의든 순수 체육의 본질을 훼손당해 왔다. 순수 체육의 발전을 위해 정치인를 배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차라리 체육전문인 또는 경영인으로 수장을 추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 것도 그 때문이다.

난세에 영웅이 나듯, 위기가 호기가 될수 있듯, 이번 논란을 순수 체육의 체질개선과 발전을 위한 '읍참마속'으로 삼아야 한다. 지금부터, 위에서 부터 바꿔 나간다면 다음 세대에 이런 논란을 넘겨줄 필요는 없다. 관행은 답습할 경우 과거와의 단절은 기대할 수 없으며 구태가 될 수밖에 없다. 늘 정치풍향을 주시할 수밖에 없다.

"매번 선거 때마다 생체협이나 체육회에서 선거운동에 휩쓸리는 소릴 듣는다. 이제 정치 논리에 체육이 흔들려서는 안된다"는 한 생활체육 실무자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고름은 터뜨려 짜내야 상처가 치유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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