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형 북부본부 취재부장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고 도로와 가로등은 어느 곳부터 신설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를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다.
다만 전체 주민들이 정책을 집행하고 이를 감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일선 시·군청이 이를 대신 집행하면 주민 대표인 지방의회 의원들이 행정기관을 감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지방자치를 풀뿌리 민주주의, 민주주의 훈련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지난 5월 31일 실시된 지방선거는 각 중앙정당이 후보자들의 공천권을 행사하면서 금품수수 사건이 터지고 각 정당의 대표들이 일선 시·군 선거현장을 방문하면서 지방자치의 본질을 왜곡시켜 버렸다.
선거가 끝난 후 한달이 지났지만 각종 후유증이 지방정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주민들의 빈축을 사는 것은 각 지방의회가 의장단을 구성하면서 보이는 이전투구이다.
충남 16개 시·군 의회들은 대부분 7월초 일제히 개원식을 갖고 본격적인 의정활동을 시작한다.
지방의회를 이끌어갈 의장은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있다.
지방의회 의장으로 선출되면 의원 연봉(2500만 원 선)이외에 매월 200∼300만원의 업무추진비가 지급되며 2000cc급 관용 차랑과 운전기사, 수행비서, 의장실이 별도로 주어진다.
이 밖에도 의장은 능률적이고 합리적인 회의 운영을 위해 광범위한 의사 정리권을 가지며 회의장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질서 유지권을 갖는 한편 의회사무국 사무를 통할한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과 특혜가 주어지는 의장이 당리당략에 휩쓸리거나 정당 간 나눠 먹기 식으로 선출된다면 자방자치의 근간이 흔들릴 것은 자명하다.
특히 의장을 선출하는데 소속 정당 관계로 기초단체장의 입김이 작용한다면 이는 지방자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처사이다.
충남의 경우 천안, 아산, 공주 등 8개 지역이 단체장과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이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어 의회가 집행기관을 제대로 견제할 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일부 시·군 의장단 구성과 관련 기초단체장의 심중을 알아보기 위해 당선자들이 암행을 하고 있으며 단체장 역시 의장단 구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 간 밀실 야합으로 의장단이 구성된다면 의회는 거수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 같은 폐단이 발생하는 근원은 지방의회 의장 선출방법에 있다.
현재 의장은 후보자 등록 없이 모든 의원이 선거권자이면서 피 선거권자 위치에서 실시되는 일명 '교황선출 방법'으로 선출된다.
즉 공식적으로는 누가 의장 후보가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마음이 맞거나 동일한 정당의 의원끼리 밀실이나 식당, 술집에서 비공식으로 만나 "전반기에는 누구를 의장시키고 후반기에는 아무개를 의장 시키자"는 교언영색이 판을 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의장선출 방법을 바꿔 공식적으로 출마선언을 한 후 떳떳하게 정견발표를 듣고 정당과 관계없이 역량 있는 후보가 의장이 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