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브 대전'은 마침표가 없다

신 새벽을 달리며 하루를 설계한다.

단내 나는 전날은 숨고르기 한 번으로 족쇄를 채워두고 화수분 같은 열정만 솎아 아침을 연다.

오롯이 오감을 충전시켜주는 에너지는 그에게서 영원히 식지 않을 화두, 대전발전을 향한 일념뿐이다. 허튼 시간을 보낸 적도, 한 점의 사리사욕을 채운 적도 없이 그렇게 4년을 뛰어다녔다.

팔순 노인 육순 아들 걱정끼고 살 듯 '아이 러브 대전'에는 마침표가 없고 새 출발의 밑천 또한 마르지 않는 대전사랑만 허락했다.

민선3기 시장의 자리를 접고 자연인으로 돌아가는 염홍철 대전시장에게 2006년 6월 30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어떤 일을 하든지 대전발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토로한 염 시장의 발자취를 반추하고 남다른 각오를 들어봤다.

-재임 4년을 되돌아 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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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3기 4년 동안 단 하루도 사적으로 시간을 쓸 수 없을 만큼 앞만 보고 바쁘게 살아왔다. 특히 150만 시민과 대전시 공무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시정을 무리없이 최선을 다해 펼쳐왔다고 생각한다."

-재임기간 동안 이뤄낸 성과와 특히 애착을 쏟은 분야는 무엇인가.

"시민만족의 '삶의 질 최고도시' 건설을 위한 섬세한 행정으로 내실있는 시정발전을 이뤄 왔으며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정, 행정중심복합도시 견인 등 대전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소중한 기간이었다. 원도심 활성화, 대중교통체계 개선, 지역경제 활성화 등 3대 현안과제를 최우선으로 추진했으며 자립형 지방화를 선도한 지방화 대전선언, 복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복지만두레정착 등 희망의 비전 가시화와 살기 좋은 도시의 성장판 마련, 대전 위상 제고에도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아쉬운 점도 적잖을 텐데.

"기초생활 질서를 정착시키기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특히 불법주차나 노점상 또는 노상적치물에 대해 강력히 단속하지 못했다.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지만 상인들의 생존권 문제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상태에서 고삐를 당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지속적인 단속을 할 것인가, 아니면 서민들의 생존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줄 것인가 우선 순위를 책정하는데 있어 좀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민선시장과 관선시장의 장단점을 비교한다면.

"관선시장 때는 정부 시책의 충실한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만 필요했다면 민선시장은 정부시책의 지방적 구현과 동시에 시민의 복리증진과 지역발전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즉 시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자세가 필요한 자리다."

-열정적인 행정달인의 능력이 사장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퇴임 후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세웠는가.

"6월과 7월은 히랍어로 에포케(Epoche·판단정지)상태를 유지하고 싶다. 4년간 시장직을 맡았고 지난 선거에서 격랑을 겪은 만큼 서둘러 무엇인가 하겠다는 판단을 하지 않을 것으며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 정치를 한다거나 연구소를 차린다는 소문들은 사실과 다르다. 입각설도 당내 걱정하는 분들의 덕담이자 개인적인 의견일 뿐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대화를 나눈 것은 없다. 분명한 것은 대전에 터를 잡고 정착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지 대전발전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민간차원에서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대전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할 것이다."

-이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사람들이 휴식을 취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쉬는 것인지 잘 모른다. 낙선하면 병원에 입원하거나 외국을 가거나 하던데 나에게는 맞지 않는다. 만년동에 10여평 규모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월요일(7월 3일)부터 사무실에서 책도 쓰고 그 동안 격조했던 지인들을 마음 편히 만나고 싶다."

-5·31 지방선거 후 대수도론과 대덕연구개발특구 범위 확대가 핫이슈로 부상했다. 시장께서 이미 예상했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데.

"(선거과정에서)한나라당 수도권 단체장 후보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이 행정도시에 대해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꺼내면 행정도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고 오히려 역공을 받았다. 수도를 강화한다는 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배치된다. 대수도론은 행정도시 건설에 하나의 장애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대응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고 있어 다행스럽다. 특구 확대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특구의 지향점은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다. 고밀도의 연구·생산 집적화는 고도의 인프라를 갖춘 대전 대덕만이 가능하다. 광주, 대구, 포항, 원주에서도 특구 동승을 강력히 희망했고 우리는 그것을 방어하는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다. 현재의 범위를 광역화시키면 그 댐이 무너지며 특구에 있는 연구소 본원과 첨단기업의 본사가 둥지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 특구의 근간 자체가 흔들린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도 위배되고 충남북을 넘어 모든 벽이 허물어지며 세계적 혁신클러스터 육성은 물 건너 가게 될 것이다."

-민선 4기 시장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현안 과제를 조언한다면.

"시민 대화합과 경제살리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행복도시와 대덕특구는 대전이 한국의 신중심도시로 발돋음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전이 전국의 정치, 경제, 과학, 행정의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며 목표를 설정해 각종 인프라를 고도화 해주길 바란다."

-박성효 당선자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오랜 행정경험을 가진 만큼 누구의 조언 없이도 잘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특히 시장으로서 자격과 능력을 갖췄다는 말은 선거기간 동안 누차 인정했다.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대전 발전을 위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 그동안 추진해왔던 사업들은 자연인으로서의 개인이 추진한 것이 아니고 시민의 합의와 의회의 의결 등 정책결정 과정을 거친 사업이라는 점을 염두해 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씀은.

"그동안 시정발전을 위한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대전은 한반도 지식·정보의 중핵도시로서, 우리나라 최고의 두뇌 집단인 대덕연구단지를 중심으로 첨단산업의 집산지인 대덕밸리가 위치해 있으며 사통팔달의 교통 중심지로 한국의 균형발전과 국민통합을 이끌 만큼 용광로의 특성을 지닌 도시다. 지역을 초월한 화합과 협력을 상징하는 대전으로 발전하고 지리중심이 아닌 역할중심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린다."

■ 민선 3기 시장 퇴임… 자연인으로

행복도시 건설 당위성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

"퇴임을 앞두고 마음이 이렇게 납덩이처럼 무거울 줄은 몰랐습니다. 결코 선거에서 졌다는 패배감 때문이 아닙니다. 자리에 미련이 있어서도 물론 아닙니다. 할일을 못했다는 아쉬움 때문만도 아닙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과 도움, 그리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제 못남이 여러분께 얼굴을 들 수 없게 하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더 상처입고 아파하는 분들의 여린 마음이 제 가슴에 사무치기 때문입니다."

30일 퇴임에 앞서 염홍철 대전시장이 지인들과 친지, 후배 공직자들에게 보낸 편지의 서두다.

A4용지 네장 분량의 편지에는 4년간의 열정과 희노애락, 아쉬움,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엉켜 녹아있다.

특히 행정중심복합도시에 대한 애착에는 만감이 교차했다.

염 시장은 "행복도시의 출발은 대전이 한국의 신중심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면서도 "결과적으로 정치적 역경을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지만 훗날 역사의 평가는 그 결단의 당위성을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정리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 성공적인 지하철 시대 개막과 동서관통도로 개통, 버스준공영제 정착, 원도심 활성화, 새로운 복지정책 패러다임 복지만두레, 격조 높은 문화예술도시로의 진화, 민주적 조직문화 정착 등 자신의 손을 거쳐 달성한 성과와 보람의 공을 주변으로 돌리며 4년의 소회를 갈무리했다.

폄하와 왜곡으로 인한 아픔도 묻혀냈다.

"이번 선거과정에서 큰 상처를 받았고 소중했던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그렇게 정성을 다해 공들여온 대전 시정이 터무니없이 평가절하되고 남들이 잘했다고 인정해주는 것들까지 근거없이 매도되고 부정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심신의 상처는 곧 치유될 것입니다. 그러나 공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왜곡된 채로 남겨지거나 단절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자유인의 입장에서 대전과 시민에게 봉사할 일이 있으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는 염 시장, 시민들의 어떤 선택에도 불구하고 대전과 대전시민은 영원한 연인이라는 염 시장, 그가 펼쳐 보일 새로운 시작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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