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영 서부본부 취재부장

최근 월드컵의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각자 자기나라와 민족의 명예와 정기를 드높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는 선수들과 밤잠을 설치며 목이 터져라 응원하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뿌듯하다.

경기장의 선수들은 반칙과 비신사적 행위로 부상은 물론 경고나 퇴장 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며 서로 승리를 축하하고, 패배를 격려하며 얼싸안고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운동복을 바꿔 입는다.

승패를 떠나 하나 되는 여유를 갖는 모습이 아름답다.

지난 5긿31 지방선거로 다수의 광역,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대전, 충남긿북 3개 광역단체장 전부와 대전 5개 구청 가운데 3명, 충남 16개 시긿군 가운데 5명, 충북 12개 시긿군 가운데 8명 등 총 36명 가운데 19명이 교체됐다.

재선에 성공한 단체장들도 정적들과의 치열한 접전으로 크고 작은 부상과 상처(?)를 입었다.

내달 1일부터 이들을 새로운 주인으로 맞는 각 시긿도, 시긿군청 공무원들은 설레임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듯 각각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수년 간 현 단체장과 호흡을 같이해 온 공무원들은 일단 수장이 바뀐다는 사실 그 자체가 낯설고 설레이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가 끝나자마자 "누구누구는 아무개 후보를 지지했는데 골치 아프게 생겼다"는 식의 각종 뜬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어 공직사회가 혼란스럽다.

그 만큼 공직사회가 단체장 후보에 줄을 섰다는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상당수 단체장 당선자들은 "신명나는 자치단체를 만들기 위해 예측 가능한 인사를 하겠다. 투명하고 바른 인사관행을 정착시켜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일에 공직자의 역량을 집중시키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당선자들의 이 같은 언급에도 불구, 공직사회는 인사에 대한 두려움에 떨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히 정책이나 인물본위가 아닌 바람이나 이미지, 정당선거가 난무한 지역일수록 상흔이 더욱 심각하다.

좁은 특정 읍긿면긿동에서 80∼90%의 표를 몰아 준 유권자나 몰표를 얻은 당선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마찬가지다.

일부 지역의 경우 초저녁부터 착실하게 우위를 다져가던 후보가 자정이후 특정지역의 몰표로 전세가 한순간에 뒤집히는 등 소지역주의의 표본이 되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정책이나 인물을 보고 바람직한 투표를 했던 지역주민들 조차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다음 선거에서 무조건 자기 지역 사람이나 정당을 향해 투표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지도 모른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타 후보자를 지지했더라도 이제 잊어버리고 새 단체장을 구심점으로 똘똘 뭉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당선자가 실천하겠다고 내건 공약을 꼼꼼히 살펴 추진해야 한다.

단체장 당선자 역시 선거운동 과정의 모든 일들을 잊어버리고 오직 지자체 발전만을 위해 폭 넓은 정치를 펼쳐야 할 것이다.

항상 선거후에는 갈등이 따르게 마련이고 깊은 갈등의 골은 지역의 손실로 이어진다.

이제는 과거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새로운 주인을 맞아 모두가 갈등을 포용해 화합하고, 상생해 보다 나은 자치단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이 것이 주민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후끈 달아오른 월드컵 정신을 교훈으로 승자는 겸손과 아량을, 패자는 결과에 대한 승복을 통해 한층 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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