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잃은 새들의 고향… 花들짝! 꽃들이 날갯짓

지난 4월 불법 벌채로 인해 번식지가 심각하게 훼손된 진천왜가리번식지는 사건이후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이렇다할 보호대책을 마련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 천연기념물 제13호인 진천왜가리번식지내 왜가리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곳의 참나무들이 잘려나가면서 둥지를 잃게 된 왜가리들이 몇그루 안되는 곳에 집중적으로 둥지를 틀고 있었다. 일부 둥지는 가는 나뭇가지에 의존한 채 위태롭게 바람에 휘둘리며 버티고 있었다.

2개월전만 해도 갓 태어난 왜가리 새끼들이 이제는 어미새와 비슷한 크기로 자라 둥지에 앉아 있었다. 아직 날지 못하는 듯 어미들이 들락거리면서 먹이를 물어 날랐다. 이제 날갯짓을 할 정도로 큰 새끼들을 지탱하기에는 둥지가 너무 작고 볼품없었다. 이곳 왜가리번식지 앞에는 조그마한 마을이 형성돼 있어 일부 주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고 있었지만 취재진의 번식지내 접근에 전혀 개의치 않았다.

▲ 왼쪽부터 털중나리, 매발톱, 하늘매발톱, 뱀딸기
번식지 바로 앞에 있던 농가가 폐허가 된 채 반이 허물어져 가고 마당에는 온통 잡초로 황량한 모습과 번식지를 오랜 세월동안 지켜왔던 은행나무가 고목이 돼 우뚝 서 있는 광경, 불법 벌채로 잘려나가 밑둥만 남아있는 흔적들…. 보호 받아야 할 새들의 보금자리가 그렇게 변해가고 있었다.

충남 연기군 감성리 백로서식지의 마을사람들이 500년을 백로와 함께 공존하고 있는 풍경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감성리 백로서식지도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탐조객들이나 사진작가, 언론의 취재가 빈번하지만 오래전에 사람의 접근을 막기 위한 보호책을 설치한 것도 그렇고 마을사람들이 이곳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유독 신경을 쓰는 모습도 진천과는 너무도 달랐다.

그나마 진천군이 최근 불법 벌채된 왜가리 번식지를 복원하고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12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소식에 위안을 삼는다.

실질적인 사업이 추진되는 내년까지 인간으로부터 버림받아 둥지를 잃게 된 왜가리들이 얼마나 남아서 버텨줄지 안타까움이 남았다.

이곳 왜가리번식지를 탐조하는 과정에서 황로가 눈에 띠었다. 황새목 백로과 황로속에 속하는 여름철새인 황로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한다. 쇠백로보다 작고 부리가 짭은 이 새는 여름깃을 비롯한 머리와 목, 황색 장색의 낡깃이 있는 등을 뺀 나머지는 흰색이다. 겨울 깃은 몸 전체가 희고 머리가 약간 노란 빛을 띠는 것도 있다. 부리는 노란색으로 시기에 따라서 눈 앞이 빨간색을 띠는 것도 있다.

황로는 백로나 왜가리들과 함께 혼재돼 생활하는 습성도 있다.

▲ 번식지에서 생활하는 황로와 왜가리.
진천 왜가리번식지를 나와 다시 경기 안성과의 도계지역으로 들어서면서 형형색색의 꽃들이 반기고 있었다.

우리나라 산과 들, 냇가, 계곡 등지의 습기가 많은 초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붓꽃은 관상용으로도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붓꽃은 종류만도 200여 종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고 원예종으로 개발된 것도 수백 종에 이른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붓꽃은 들꽃창포, 노랑붓꽃, 제비붓꽃, 애기붓꽃, 솔붓꽃, 부채붓꽃 등이 있다. 옛부터 붓꽃은 그 모습이 너무 청초하고 기품이 있어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붓꽃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중세 이탈리아의 수도 프로렌스에 아이리스라고 하는 미인이 살고 있었다.이 여인은 어린 시절 양친의 권유로 로마의 한 왕자와 결혼을 했고 결혼생활 10년만에 왕자가 병으로 죽고 말았다. 왕자가 죽은 후 아이리스는 어느 젊은 화가와 사랑에 빠졌고 화가는 구혼을 하게 됐다. 아이리스는 젊은 화가에게 결혼조건으로 살아있는 꽃과 똑같은 꽃을 그릴 것을 주문했다. 화가는 열정을 받쳐 그림을 완성했고 나비가 날아와 앉을 정도로 완벽한 그림을 아이리스에게 선사했다. 아이리스는 감격에 찬 눈으로 화가의 품에 안겨 키스를 했다. 아이리스(붓꽃)의 향기는 화가와 아이리스가 처음 나누었던 키스의 향기를 그대로 간직해 꽃이 필때면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를 내뿜고 있다고 한다. 백합이 순결과 평화의 상징이라면 붓꽃은 멋과 풍류의 상징이다.

붓꽃 이외에도 이 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털중나리로 화려한 꽃잎이 인상적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 풀인 털중나리는 산지에서 주로 자생하며 6~8월에 꽃을 피운다. 가지 끝과 원줄기끝에 1~5개 씩의 꽃이 피며 화피갈래조각은 바소꼴을 하고 있다. 가을에 맺는 열매는 달걀모양의 넓은 타원형이며 갈색을 띠고 있다. 관상용으로도 사용되는 털중나리는 이른 봄 줄기를 나물로 먹기도 하고 참나리와 함께 약재로도 사용된다.

▲ 불법 벌채로 나무 밑둥만 남아있는 왜가리 서식지.
또 여러 색깔의 매발톱도 도계지역에서 볼 수 있었다. 매발톱은 모두 꿀주머니가 위로 솟아 있어 그 모습이 마치 여린 병아리를 노리는 매의 날카로운 발톱같이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매발톱꽃은 꽃 전체에 붉은 색 또는 갈색이 돌면서 안쪽 꽃잎의 끝에 노랑색이 도는 데 비해 산매발톱, 하늘매발톱은 안쪽 꽃잎의 끝에 흰 빛이 도는 점이 다르다. 하늘 매발톱과 산매발톱은 꽃색이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밖에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뱀딸기가 가는 곳마다 눈에 띠었다. 풀밭이나 논둑의 양지에서 자라는 뱀딸기는 덩굴이 옆으로 벋으면서 마디에서 뿌리가 내린다. 꽃은 노란색으로 피며 잎겨드랑이에서 긴 꽃줄기가 나와 끝에 1개의 꽃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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