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3당 총무는 어제 정치개혁특위를 재가동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총선을 1년 남짓 남겨둔 시점에서 정개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됐다. 그간에 쏟아져 나온 이견들이 어떻게 정리될지 두고 보겠지만, 여야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 또는 유·불리만을 따지는 구태의연한 모습을 더 이상 보여주지 않기 바란다.

이번에도 선거구와 의원정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구간 인구편차 3:1 원칙을 지적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도 나와 있고, 실제로 지역간의 인구변동에 따라 재조정이 불가피한 현실이다. 그러나 부정적 여론을 등에 업고 의원정수를 늘리거나 정당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 위해서 선거구 조정에 나설 경우에, 마땅한 제재방안이 없다는 것이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항상 불거져 나온 지적이다.

정치권의 야합과 기득권 유지에 대한 강력한 제재는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비례한다. 이런 의미에서 정개특위를 통한 정치권의 판단도 중요하지만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활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획정위는 여야 3당에서 각 1명, 법조계와 언론계, 학계, 시민단체에서 1명씩 참여하고 위원장은 외부인사가 맡고 있다. 획정위는 총선 1년 전까지 보고서를 작성, 국회의장에게 제출한다. 다만 획정위가 제출한 보고내용이 정개특위에서 존중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여야가 맘먹기에 따라 수용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획정위는 16대 총선이 임박한 시점인 지난 2000년 1월 21일부터 겨우 1주일간 활동했다. 이번에도 획정위의 보고서는 오는 14일까지 제출돼야 한다. 정치권이 한동안 손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구색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아직도 여야는 당 내부개혁의 진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도부 개편과 지역구 문제 등 당내 세력간의 갈등이 마지막 지점에까지 와 있다. 심지어 정계개편까지 예상될 정도로 당내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당내 개혁이 우선되지 않으면 정치개혁특위의 활동도 미적거릴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선거구 획정위라도 서둘러 선거구 재조정 및 의원정수 등을 심도있게 다뤄 주길 바란다.

정치개혁은 여야가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사심없이 펼치는 제도적 손질에서 시작돼야 한다. 우리 사회도 성숙됐고 온라인을 통한 쌍방향 교감이 정치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총선을 겨냥한 전략적 차원에서 선거구가 도마 위에 오르거나 의원정수가 논의된다면 국민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란 점을 강조해 둔다. 성숙한 시민사회, 국민여론이 중시되는 분위기 하에선 획정위의 제안을 정개특위가 전면 거부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정치의 새 장을 열어 가는 개혁적 변화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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